도널드 매크로리가 쓴 〈훔볼트 평전-하늘과 땅의 모든 것〉은 내가 알마에 입사하고 보조 편집자로 처음 참여한 책이다. 그런데 훔볼트가 누구지?

나는 훔볼트를 몰랐다. 그에 관해 공부해야 했다. 책을 만드는 동안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훔볼트를 모르더라도 그의 이름만은 들어봤을 것이다”라고 보도자료에 썼다. 그런 문장은 뺄걸.

〈훔볼트 평전〉
도널드 매크로리 지음
정병훈 옮김
알마 펴냄

이 책은 ‘훔볼트’라는 사람의 일대기다. 1769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 남아메리카와 러시아를 탐사한 사람. 〈코스모스〉라는 책을 쓴 사람. 흥미롭지 않다 얘기하더라도 이해한다. 훔볼트의 역작 〈코스모스〉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더 유명하니까.

훔볼트의 업적을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렇다면 알마는 왜 이 책을 냈을까? 누군가 나에게 훔볼트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면 나는 그를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의 기록에서 나는 연구자의 자세와 소명을 발견했다. 일한다는 것, 더 나아가 살아간다는 것이 가진 진중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알마가 잊힌 과학자 훔볼트를 이 시대에 다시 소개한 이유일 거다.

나는 입사지원서에 “책을 만들며 즐겁게 살고 싶다”라고 썼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의 반절 이상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는데, 훔볼트는 진심으로 동료들을 사랑했다. 그 마음이 모여 침보라소(에콰도르에서 가장 높은 산)를 등반하고, 시베리아를 횡단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 모든 창조물을 측정하고 기록했던 그는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훔볼트는 죽음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장엄한 햇살인가! 마치 지상을 하늘로 불러들이는 듯하구나!”

사과를 반으로 쪼개듯 지구를 반으로 쪼갤 수 있다면 지금보다 행복할까? 동쪽에는 불같은 사람들이, 서쪽에는 물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 지금보다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겠다.

기자명 최지인 (알마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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