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6년 넘게 고통받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17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4단독(양석용 판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유 회장은 법정 구속되었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보다 무거운 형량이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검찰은 2012년 압수수색을 통해 노조 파괴 공작이 드러난 증거를 입수해놓고도 불기소 처분을 고집했다. 지난해 11월 노조 측의 재정 신청이 인용되고 나서야 겨우 관련자를 기소했다. 그사이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일하다 파업에 참여했던 한광호씨가 지난해 3월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회사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한씨의 장례식을 미뤘다. 유시영 회장이 구속된 뒤인 3월4일, 한씨가 사망한 지 353일 만에야 장례가 치러졌다.

ⓒ시사IN 조남진

다윗이 골리앗에게 승리한 데에는 조력자의 도움이 컸다. 노조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상은 변호사(48·법률사무소 새날)도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김상은 변호사는 동료 김차곤 변호사(48·법률사무소 새날)와 함께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꾸준히 재판을 지원했다. 유성기업과 비슷하게 노조 파괴를 지시한 갑을오토텍 회사 측 간부가 지난해 7월15일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갑을오토텍 노조 법률대리를 맡은 것도 김상은·김차곤 콤비였고, 재판을 맡은 재판부 역시 동일했다. 법률대리인도, 사건을 판결하는 재판부도 노조 파괴의 패턴과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김상은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현장 밀착 노동변호사’가 된 것은 법률사무소 새날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대학 동기인 김차곤 변호사와 쌍용자동차,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등 노사분규 현장의 법률대리를 맡아왔다. 현재 김 변호사가 맡은 개별 소송만 해도 100여 건. 김 변호사는 “노조원 개인에게 전가하는 소송부터, 노조원의 개인 회생·파산까지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다음 목표는 유성기업의 원청 업체다. 바로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를 사실상 지시하고 방조한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지난해 2월부터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검찰의 수사기록을 일부 확보했는데, 여기에서 현대차가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김 변호사는 “유성은 현재 노조 파괴 증거가 남아 있는 유일한 현대차 협력업체”라고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두 번째 싸움에 나서는 김 변호사가 이번에도 승리할 수 있을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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