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 입문〉고지마 히로유키 지음
박주영 옮김지상사 펴냄
어떤 부문이든 입문서라면 쉬운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두께가 얇다면 금상첨화다. 쉽고 얇은 책을 후루룩 일독해서 그 학문 분야의 전체적 윤곽을 잡은 뒤 더 자세하고 깊은 자료로 ‘전진’할 수 있으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 입문〉은 통계학이라는 골치 아프지만 ‘골 때리게’ 재미있는 학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최상의 통로다. 믿기 힘들 정도로 쉬운 데다 속표지와 목차, ‘연습문제 해답’ 및 ‘찾아보기’까지 합쳐서 238쪽에 불과하다. 더욱이 글씨는 크고 행간도 넓다.

통계학이란, 어두운 방에서 길고 단단한 원통형의 물체를 만진 뒤 그 동물이 코끼리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현실에서 습득(인식) 가능한 부분(표본)을 통해, 직관만으로는 절대 파악 불가능한 피안의 세계(모집단)를 알아내는 학문인 것이다. 미래도 예언(추정)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현실에서 입증된다. 투표를 마치자마자 발표되는 ‘당선자 추정’이 대충 맞아떨어지는 것이 한 사례다. 지난 300여 년에 걸친 자연세계에 대한 지식(특히 수학) 확대가 지금의 통계학을 만들었다. 다만 학문 체계의 특성상 현실과 본질, 구체와 추상을 현란하게 오가야 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실로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책의 제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통계학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신기할 정도로 예리하게 잡아내 통일성을 부여했다. 놀랍게도 수학(특히 확률론)을 거의 모르는 독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저자가 “통계학 사고 방법의 본질적인 부분은 수학 기호나 수학 공식이 없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라는 무모한 시도를 해 성공한 덕이다. 통계학에 몇 차례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진 독자라면 마지막으로 이 책에 걸어보시라고 당부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이란 제목이 거짓말이 아님을 확인하게 될 거라고 “95%의 확률로” 추정하는 바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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