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결정을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13일 이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변론이 예정된 2월27일로부터 2주 뒤인 3월13일이나 그 직전인 3월9일 혹은 3월10일 선고가 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되어 있다. 3월10일 선고가 나면 5월9일 이내, 3월13일이 선고라면 5월12일 이내로 대선 날짜가 잡힐 전망이다. 최종 결정을 앞둔 탄핵 심판을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연합뉴스헌법 전문가들 다수는 심판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Q 탄핵 인용될까?

헌재는 지난해 12월22일 열린 첫 준비 절차에서 국회의 13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최순실 등 비선 조직의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로 조정했다. 2004년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 결정이 정당화된다고 판시했다.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판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인용되리라는 예상이 다수 나온다. 지금까지의 변론을 모두 지켜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방승주 교수(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는 “사유 5개 모두 인용되리라 본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정상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결정적으로 법치국가 원리를 위반했다. 대통령이 국가 조직을 동원해 최순실씨 이권과 관련된 사업을 비밀리에 밀어준 방식도 탄핵 심판에서 모두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헌법 제10조에 따른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Q 대통령이 헌재 결정 전 사임하면?

대통령 사임 가능 여부 자체가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국회법 제134조 2항은 ‘소추 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중략)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따로 없어서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탄핵을 피하기 위한 사임을 방지한다는 취지를 고려하면, 대통령과 다른 공직자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사임한다면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해석이 갈린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 청구인이 헌재 결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곧 ‘심판 청구의 이익’이 핵심이 된다. 탄핵 심판 청구인인 국회 처지에서 심판 청구의 이익은 대통령을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헌재의 탄핵 인용)인데, 이미 사임한 대통령을 파면할 수는 없으므로 심판 청구의 이익이 사라진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심판의 이익이 없을 때 청구를 각하하는 것은 소송의 일반 원칙이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은 대통령 지위를 임기 중에 박탈하는 건데, 파면 대상인 대통령이 없으면 재판을 계속할 실익이 없으므로 법리적으로 각하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도 재판관들이 부담을 느껴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2항의 취지에 따라 ‘기각’을 선고하면서도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기각’은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없다는 판단이고, ‘각하’는 이유에 대해 아예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헌재가 ‘심판 청구 이익의 예외’를 적용해 최종 결정까지 나아가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헌법)는 “위헌 행위가 장래에 반복될 위험이 있고, 그러한 분쟁의 해결이 헌법 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어도 끝까지 절차를 진행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위)이 탄핵당할 경우 사임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예우를 받게 된다.

대통령 사임 시 법적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헌법)는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 사임의 법적 효력을 담보할 방법이 없어서 번복할 경우 대책이 없다. 또한 사임과 탄핵 인용은 명백히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심판 청구 이익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헌재가 본안 판단까지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임 시엔 탄핵과 달리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고 이상의 형 확정 시엔 예우가 다시 박탈되는 데다, 사임하면 헌법 제84조에 따른 불소추 특권도 누릴 수 없다. 그 때문에 박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Q 박 대통령 측은 국회 탄핵소추 의결과 탄핵 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원래 탄핵은 그 사유 하나하나가 독립된 탄핵 사유가 된다. 내용과 적용 법률이 다른 13개 사유로 탄핵소추를 하려면 13개 탄핵 사유 하나하나에 대해 투표하고, 국회 정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은 사유만 골라내 헌재에 청구해야 한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제도 만든 나라 미국”의 예를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법무부는 지난해 12월25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적법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교수(헌법)는 “형사소송이라면 13개 범죄 사실 하나하나마다 유무죄를 가리고 형량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은 대통령을 쫓아낼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행위가 있느냐만이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탄핵 심판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징계 절차의 일종이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 같은 형사법 법리가 통째로 들어올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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