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2월1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77분 동안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4주 동안 믿을 수 없는 진전을 이뤘다”라고 자화자찬하는 한편, “미국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CNN,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등 외신은 한목소리로 트럼프를 비판했으나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달랐다. “시종일관 각본대로 하는 우리 대통령과는 격이 다르더라”라는 포털사이트 댓글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았다. “오바마: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트럼프:자기 할 말만 한다. 박근혜:아무 말도 안 한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물론 ‘나쁜 남자’ 팬덤처럼 ‘참 나쁜 대통령’도 ‘개취(개인 취향)’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소수 마니아도 없지 않다. 종업식 날 학생들을 붙잡아둔 채 1시간짜리 ‘탄핵 반대 훈화’를 한 곽일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교장(사진)이 일례다. 토론회 명목의 행사였으나 시간 대부분을 교장의 일방적 연설에 할애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종북 세력들이 국가 시스템 자체를 뒤엎어보겠다는 불순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여러분이 고쳐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탄핵 심판의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탄핵은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2월1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변협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어떤 잘못을 했건 하나님 앞에 가면 다 죄인 아닌가? 성경에 ‘남을 재판하지 말라’고 했다. 평생 사귄 친구를 위해 조금 이렇게 한 거를 가지고”라고 일갈했다. 김 전 회장은 판사 생활을 하며 수도 없이 ‘남을 재판’한 바 있다. 참된 교인 되기란 이렇게 어렵다. 형제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 들보는 깨닫지 못하나니….
현 시점에 박 대통령에게 가장 믿음직한 우군이 있다. 허경영씨다. 밸런타인데이 이튿날인 2월15일 〈쿠키뉴스〉 보도에 따르면 허씨는 “박근혜는 가장 깨끗한 사람이다. 부정을 사주했으리라고는 상상도 안 한다”라고 말했다. 탄핵 심판 결과를 묻자 더 로맨틱한 답이 돌아왔다. “내가 박 대통령이 대통령을 다시 하게도 할 수 있고, (탄핵) 기각을 시킬 수도 있고 영적인 능력이 있다.” 일종의 달콤한 야바위다. 그에 따르면 탄핵 인용은 불가능하다. 선택지는 ‘대통령 다시 하게 하는 것’과 ‘탄핵 기각’ 둘뿐이다. 과연 박근혜 게이트라는 막장 희비극은 사랑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종결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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