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마봉춘!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493
  • 승인 2017.02.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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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원래 칭찬에 인색하다. 소속이 다르면 더 그렇다. 기사를 출고하자마자 성적표가 나온다. 특종과 낙종이 갈린다. 물을 먹으면(낙종을 하면), 물타기를 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도 인용한 언론사를 밝히지 않는다. ‘한 신문’ ‘한 주간지’ ‘한 인터넷 매체’ 등. 한국에서는 ‘한’ 언론이 특종을 가장 많이 한다.

우리도 악습을 벗어던졌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그래도 ‘통 큰 칭찬’을 한 적이 있다. 원(源) 〈시사저널〉(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시사저널〉을 떠난 〈시사IN〉 기자들과, 뜻을 함께한 〈시사저널〉 출신 동인들은 옛 〈시사저널〉을 이렇게 부른다) 때다. 2005년 ‘올해의 인물’ 선정을 두고 편집국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최종 후보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MBC 〈PD수첩〉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하필 내가 ‘이명박 마크맨’이었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며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 시장은 싱글벙글 취재에 응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편집국에 복귀해보니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를 보유한 게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PD수첩〉이 ‘진실의 수첩’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와 동료들은 기꺼이 〈PD수첩〉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 시장 쪽에도 바뀐 상황을 알렸다. ‘꼼꼼한’ 이 시장 쪽은 편집국을 항의 방문했다. 기자들은 결과를 바꾸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맹목적 영웅 만들기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실종되었던 진실의 가치를 되찾아주었다’며 선정 이유를 기사에 밝혔다.

10여 년 전 이야기를 굳이 꺼낸 건 그리움 때문이다. ‘마봉춘(MBC)’을 다시 보고 싶다. 원 〈시사저널〉 때부터 수습기자, 인턴(교육생) ‘사수’를 많이 했다. 후배들에게 위클리 매거진과 호흡이 맞고 탐사보도에 강한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 2580〉을 꼭 보라고 잔소리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MBC에선 10명이 해고(4명 복직)되고 100여 명이 보도·제작 현장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쫓겨났다.

MBC 안에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성하고 자성하고 바꾸겠다고 다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또다시 ‘대못’을 박으려고 한다. 마봉춘을 ‘엠××(민망한 호칭이라 차마 못 쓰겠다)’으로 만들었다고 지목받는 장본인들을 사장 후보에 올렸다. MBC의 한 중견 기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꼭 바로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삼성 X파일 문건’을 특종 보도한, ‘촛불 사건 몰아주기 배당’을 특종 보도한, ‘검사와 스폰서’ 편을 특종 보도한 마봉춘과 경쟁하고 싶다. 마봉춘을 인용 보도하고 싶다. 〈PD수첩〉을 보라고, 〈시사매거진 2580〉을 꼭 보라고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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