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남자가 있다. 불세출의 보컬리스트, 가장 음역대가 넓은 가수 1위(2014년), 마초들이 넘치는 하드록 밴드의 공연장에 소녀 팬들을 몰려가게 만든 미모의 소유자, 20세기 최고의 보컬이라는 찬사를 받은 사람.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다. 이 남자를 수식하는 문장은 많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액슬 로즈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얘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건즈 앤 로지스를 처음 접하면 굉장한 명곡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궁금증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내게 되는 건 이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기행들이다. 십대 시절 이미 무수한 폭력과 여러 사고로 스무 번이 넘게 체포당했다. 밴드 결성 3년 만에 데뷔 앨범 〈애피타이트 포 디스트럭션(Appetite for Destruction)〉을 거쳐 〈유스 유어 일루전(Use Your Illusion) 1, 2〉로 헤비메탈 밴드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멤버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이어진 해고와 탈퇴, 급기야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삽입곡으로 쓰인 ‘심퍼시 포 더 데블(Sympathy for the Devil)’을 작업하며 아무 상의 없이 폴 휴스의 기타 연주를 따로 녹음해 삽입하자 팀의 리드 기타인 슬래시마저 견디지 못하고 밴드를 떠났다.

ⓒ이우일 그림

밴드 안에서 생긴 일들은 음악적 견해차나 멤버 간 알력 다툼이라 치자.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격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사생활에서도 수많은 가십을 만들어냈다. 사인을 요청하며 다가온 팬을 샴페인 병으로 내리치고, 뮤직비디오까지 같이 찍었지만 약혼 3주 만에 파혼한 유명 모델 스테파니 세이무어와는 ‘저 여자가 나를 이용했다’ ‘저 인간이 내 얼굴에 만든 멍 자국을 보여주겠다’라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대체 무엇이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든 걸까. 학창 시절 그를 가르쳤던 선생은 액슬 로즈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지적이고 아주 조용한 모범생.’ 다른 환경에 있었다면 은사의 기억대로 조용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는 질이 나쁜 사람이었고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것만이 어린 소년이 습득할 수 있는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밴드 멤버 이지 스트래들린을 때린 머틀리 크루의 빈스 닐에게 뜬금없이 ‘죽여버리겠다’며 결투를 신청하던 것도, 그저 자신의 매니저일 뿐이었던 베타 라베이스를 따라붙던 파파라치를 먼저 나서서 폭행한 일도 대충 설명이 된다. 아마 자신의 것을 지키고 싶었을 터이다. 그것이 곧 사실은 섬세하고 유약한 자기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샴페인 병에 맞고 싶다는 열성팬은 없지만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젊은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던 사건 사고 소식은 더 이상 없고(호랑이를 사려고 했다는 것과 공연을 갑자기 중단하고 백스테이지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2008년 14년 만에 신보 〈차이니즈 데모크라시(Chinese Democracy)〉를 발표했다. 둘 중에 한 명은 재결합 전에 죽을 거라 단언했던 슬래시와 극적인 화해를 하고 2016년 투어를 시작했다. 어쩌면 지난한 세월 동안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나를 지키는 방법이 공격이 최선인 게 아님을, 먼저 덤비지 않아도 내 세계는 괜찮다’라는 걸 배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의자를 휘두르기엔 체력이 딸려서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록계의 꽃미남 3대장이라고 불리던 외모는 사라지고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만 남았지만 뭐 어떠랴. PC통신 시절 ‘요절할 것 같은 가수’ 1위로 뽑히고 ‘저 인간 저러다 총 맞아 죽지’라고 조마조마해했던 그때보다 지금의 액슬 로즈가 더 행복해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나도 샴페인 병에 맞아보고 싶다 했던 열성팬은 이제 없지만 그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장수 만만세를 빌어주는 것 정도는 나쁘진 않겠지. 1962년 2월6일 액슬 로즈(윌리엄 브루스 로즈 주니어) 태어나다. 생일 축하합니다. Sweet child o’ mine.

기자명 중림로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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