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순실씨가 보고받은 ‘청와대-코이카의 미얀마 K타운 회의’ 문건(사진1)을 〈시사IN〉이 단독 입수했다.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문건이다. 이 문건에 근거해 정부 예산 760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굴러갔다. 최씨는 해당 문건에 손글씨를 쓴 포스트잇을 붙여 고영태씨에게 보여줬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2016년 8월1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3명과 김인식 이시장을 비롯한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관계자 3명이 회의를 했다. 당초 계획은 1단계부터 3단계로 나눠, 미얀마에서 건설 공사부터 시작해 호텔․한류문화관․K타운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2016년 10월 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쓰여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조치 3가지 사항도 상세히 적어 놨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씨는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을 보며 K타운 사업을 공적개발원조(ODA)로 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영태씨가 최씨에게 받은 또 다른 문건(사진 2)의 제목은 ‘산업통상자원부 해결 방안: 통상협력국 국장 결의’이다. 한 장짜리 문건에도 최순실씨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ODA라는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놨다. 고영태씨는 ODA에 대한 최순실씨의 관심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시사IN〉과 만나 미얀마 ODA에 손을 대려는 최순실씨의 속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순실의 구상은 ODA 사업을 성공시키면 한국과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미얀마는 군부가 땅과 좋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 호텔․레지던스를 짓자고 했다. 미얀마는 아직 노다지 땅인데 큰 호텔이 없다. 말도 안되는 (안 좋은) 땅이 강남처럼 비싸다고 했다.” 국가의 해외 원조 사업에 개입한 최씨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미얀마 K타운 사업의 외피는 ODA였지만, 실제로는 최순실씨의 사익 챙기기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최씨는 미얀마 대사를 갈아치우고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을 준비했다.
최순실씨는 지난해 직접 미얀마를 방문했다. 당시 인호섭 MITS 코리아 대표, 고영태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동행했다. 이 본부장은 ‘최순실씨 금고지기’라고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인호섭 대표의 회사 지분 15%가량은 최순실씨가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 미얀마 사업이 최순실씨 돈 문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최순실씨의 관심이 부쩍 높았던 지난해,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미얀마’가 자주 등장한다. 하나같이 VIP 지시를 기록한 부분이다. 3월27일 VIP 지시라며 ‘미얀마:지적재산권 달러, -삼성 아그레망’ 등이 적혀 있다. 아그레망은 신임 대사를 임명할 때 상대 국가의 동의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삼성 출신 임원을 미얀마 대사로 보내라는 지시를 적었다”라고 진술했다. 최순실씨가 직접 면접까지 본 뒤 추천한 유재경 삼성전기 출신이 신임 미얀마 대사로 임명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2월6일 발행된 〈시사IN〉 491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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