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클린 소바주가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 아니라, 그녀의 가족 곁이다.” 지난해 12월28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자클린 소바주를 영구 특별사면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자클린 소바주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의 상징’이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들이 스스로 목을 매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2012년 9월10일, 자클린 소바주는 자신의 남편 노르베르 마로를 등 뒤에서 총 3발을 쏘아 살해했다. 47년간 지속된 가정폭력과 성적 학대가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한 것이다. 당시 이 부부가 운영하던 교통회사가 폐업 위기에 놓여 말다툼이 있었고, 술을 마신 후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을 죽인 아내는 죄를 자백했다. 그녀의 딸들은 자신들에게까지 행해졌던 가정폭력과 성추행을 증언하며 어머니의 ‘정당방위’와 ‘석방’을 주장했다. 페미니즘 단체의 집회에서부터, 정치권의 사면 요구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특별사면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배우 에바 다를랑은 그녀를 위한 지지 위원회를 만들어 40만명 이상의 온라인 탄원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여성 단체 ‘레제프롱테(Les Effronte-e-s)’는 2015년 가정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여성 122명을 예로 들며 자클린 소바주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EPA자클린 소바주(오른쪽)는 남편을 등 뒤에서 총으로 살해하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프랑스 헌법 제122조 5항에서 정당방위는 ‘서로를 알지 못하는 신체 조건(몸무게·키·물리력)이 비슷한 두 사람이 서로 공격을 가했을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자클린 소바주는 사건 당시 ‘등 뒤’에서 총을 쏘아 서로 공격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결혼 생활 내내 이어져온 남편의 폭력에 지금까지 다른 대책을 찾지 않았던 점을 들어 정당방위가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2014년 10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여론은 들끓었다. 심지어 자클린 소바주 사건은 ‘좌우 통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극좌파인 장뤽 멜랑숑부터 극우파 마린 르펜까지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녀를 지키자”라며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자클린 소바주의 변호인들은 그녀의 행위를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의 ‘지연된 정당방위’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 발레리 부아예는 “반복적인 폭력은 지배력을 가지고, 견딜 수 없을 만한 고통을 주기 때문에 정당방위에 포함해야 한다”라며 가정폭력에 대한 저항을 정당방위에 포함하는 입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AFP지난해 12월28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자클린 소바주를 특별사면했다.

자클린 소바주의 세 딸 역시 어머니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데 이어, 2016년 1월 변호사와 함께 대통령을 만나 어머니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 딸 중 두 명이 아버지로부터 근친 강간을 당하고, 나머지 한 명조차도 성추행당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불안감에 휩싸였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아들의 자살이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게다가 2016년 예순여덟이 된 어머니의 건강을 고려할 때 10년 징역은 가혹하다는 딸들의 주장은 동정 여론을 끌어올렸다.

자클린 소바주 사건은 가정폭력 외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국가원수의 ‘특별사면’은 절대왕정 시대, 즉 앙시앵레짐(구체제)에서 온 구시대적 산물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사면은 주로 ‘집단 사면’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일반 사면’처럼 의회 승인을 받은 뒤 경범죄 전과를 일괄 사면해주는 식이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에도

특정인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2006년 니콜라 사르코지의 ‘사면권 폐지’ 주장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지배적이다. 그래서 올랑드 대통령도 소바주 사면 전에 단 한 번 특별사면을 했을 뿐이다. 2014년 38년간 징역을 살던 권총 강도 필리프 엘 셰나위가 특별사면을 받았다. 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2008년 공금 횡령 혐의로 형을 받은 전 도지사 장샤를 마르시아니에 대해 특별사면을 내렸다. 이는 이전의 프랑수아 미테랑이나 자크 시라크 정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이처럼 특별사면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도 2016년 1월 자클린 소바주에 대해 형량을 줄이고 가석방을 허용하도록 하는 ‘부분 사면’을 요청했다.

그러나 믈룅에 있는 형집행법원은 지난해 8월12일 조건에 따른 부분 사면 요청을 거부했다. 이어 파리 고등법원도 지난해 11월24일 자클린 소바주에 대한 사면을 거부했다. 법관들은 “자클린 소바주가 진정으로 죄의식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녀가 살인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변호사 다니엘 술레 라리비에르는 〈르몽드〉와 인터뷰하면서 ‘범죄자의 희생자화’를 언급하며 자클린 소바주 사건을 언론에 의한 감정적 스캔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85%는 지속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배우자를 고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파리 고등법원과 믈룅 형집행법원의 석방 거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그녀를 지켜야 한다”라며 지난해 12월10일 에펠탑 앞에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28일 올랑드는 자클린 소바주에 대해 특별사면을 했고 그녀는 석방되었다. 재선을 포기한 대통령이, 구시대적 산물이라는 비판적 시각에도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자 프랑스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다.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여론뿐 아니라 사법부 내에서는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사법관 노동조합(Union Syndicale des Magistrats·USM)의 대표 비르지니 뒤발은 “법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면에 격분한다”라며 ‘행정권의 사법권 침해’를 비판했다.

인간애에 기초한 여론으로, 페미니스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나아가 사법권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진 자클린 소바주 사건. ‘법’이라는 인간이 만든 제도에 대한 ‘인간애의 승리’라는 자클린 소바주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다양한 논쟁점을 던져주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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