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노동자 고갈과 임금 상승으로 성장동력을 잃는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다)의 덫’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중국 GDP 총량은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GDP는 74위이고 이는 미국의 14%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사회보장정책이 미비한 것도 문제이다. 이대로라면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노인은 많아지고, 젊은이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중국은 조부모 네 명, 부모 두 명과 아이 한 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4+2+1’ 가족 형태가 많다. 이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가족 구성원 6명을 부양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보장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이러한 부담은 소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소비 저하는 결국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에 마이너스가 된다. 한 자녀 정책 폐지는 예정된 순서였다.
2016년 1월1일, 중국 내 모든 가정에 두 자녀가 허용됐다. 중국 정부가 1980년부터 35년간 고수했던 한 자녀 정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찍이 2013년 정부는 부모 양쪽이 모두 한 자녀인 경우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한 바 있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부부 1100만 쌍 중 18%만 추가 출산 신청을 했다. 출산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정부는 조건 없이 두 자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효과를 낙관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매년 신생아 300만명이 더 태어나리라 보았고, 2050년까지 노동가능인구가 약 3000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지난 1년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국인들의 생각은 정부와 달랐다. 출산에 대한 열망은 크지 않았다. 2016년 신생아 수는 1750만명인데, 이는 2015년 1655만명에 비해 고작 95만명 증가한 수치이다. 전국부녀연합회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아동을 둔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3.3%는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26.2%는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 거주할수록, 고학력자일수록 부정 답변이 많았다.
많은 중국인 부부들은 출산 기피 이유로 한국과 똑같이 만만치 않은 육아 비용을 꼽는다. 〈재테크 주간〉이 양육 비용을 추산한 결과, 아이 한 명이 대학 졸업 때까지 필요한 금액은 50만~130만 위안(약 8600만원~2억2000만원)이었다. 자녀가 해외 유학을 희망할 경우에는 200만 위안(약 3억4000만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중국 부모들도 한국 부모처럼 자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아이 한 명에게 ‘올인’하는 문화가 뿌리 깊이 형성되어 있다. 사회주의 체제라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투자를 하고 이는 일반 가정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육아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출산을 막는다. 병원과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아과 의사와 아동의 비율은 ‘1대2300’에 달한다. 또한 유치원 수도 부족해 육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공립 유치원은 한 달 학비가 약 900위안(약 15만원)이지만 그 수가 부족하고, 사립 유치원은 매달 3000~4000위안(약 51만~68만원) 정도 든다. 교육열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는 영어 유치원의 경우 한 달에 2만~3만 위안(약 344만~516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 졸업생의 평균 월급이 3870위안(약 6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 가정에 매우 부담이 되는 비용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한 자녀 보유 가정 중 추가 자녀 계획이 없는 부부 가운데 60.7%는 아이를 돌볼 시설 혹은 사람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취업 때 임신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쓰기도
문화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정부는 규제를 풀었지만 기업이 느끼는 부담과 여성 차별은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기업은 여성에게 지급되는 출산휴가 급여와 여성의 육아휴직을 금전적 손해와 인적 공백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고용과 직장 내 차별로 나타난다. 실제로 중국의 많은 여성들은 면접 때에 임신 계획에 대해 세세한 질문을 받고, 심지어 일부 직장에서는 임신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기도 한다. 서약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시안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여성 간호사가 둘째 아이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회사가 일자리와 아이 중 택일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보도됐고,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노동법과 부녀권익보장법에 명시된 차별금지 조항을 기업들이 이행하게끔 하는 추가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은 한국과 놀랍도록 닮았다. 압축 성장을 이룬 국가들은 국가의 명령과 선도로 선진국 추격에 온 힘을 쏟는다. 시민 삶의 질에 주목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가능인구 감소나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 시스템 정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았으나 축적된 경험이 없으니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역량 역시 부족하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다른 길을 걸을까? 아직까지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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