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추천한 관세청 인사 명단이 청와대에 전달됐고 이 명단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경제〉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씨의 인사 개입은 문화 쪽 외에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순실씨는 2015년 12월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인천세관장으로 적합한 사람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고) 류상영 더블루케이 부장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더니, 류상영이 지인을 통해 김대섭 전 대구세관장을 추천했다. 류상영한테 김대섭의 이력서를 받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섭 전 대구세관장은 2016년 1월18일 인천세관장에 임명되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이 시기에 ‘김대섭’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2016년 1월4일을 뜻하는 ‘1-4-16 티타임’이라고 적힌 페이지다(사진). 2016년 1월4일에 안종범 전 수석이 가졌던 티타임 회의에서 관세청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됐다는 뜻이다. ‘〈관세청장〉, 정재열 부산세관장→김대섭, 서윤환 서울세관장’이라고 적었다. 서윤환은 서윤원 서울세관장 이름을 잘못 적은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자료2016년 1월 최순실씨가 추천한 김대섭 전 대구세관장이 인천세관장으로 임명되었다(위).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아래).


안종범 전 수석 업무수첩에 이름이 언급된 정재열 부산본부세관장과 서윤원 서울본부세관장은 당시 유력한 인천세관장 후보였다. 둘 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주요 4대 본부세관장(서울본부세관장·부산본부세관장·인천공항세관장·인천본부세관장)을 각각 세 번과 두 번 역임했다.

2016년 1월 인천세관장 인사는 특히 주목받았다. 대규모 조직 개편으로 인천공항세관과 인천본부세관을 통폐합하며 2급이었던 인천세관장이 1급(고위공무원 가급)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관세청 개청 이후 유일한 1급 세관장 자리였다. 이전까지는 관세청 본청 차장이 유일한 1급이었다.

관세청 내·외부에서 인사 비판 한목소리

김대섭 인천세관장의 임명을 두고 당시 관세청 내부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직 관세청 임직원 모임에서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지 〈조세금융신문〉에 따르면, 1월13일 관세동우회·이관회(전직 관세청 이사관 모임)·관우포럼(전직 관세청 서기관 모임)은 해당 인사를 비판했다. “관세청 본청에서 통관·조사·심사 등 주요 과정을 역임하고 주요 4대 본부세관장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적격자인데, 이번에 내정된 인물은 그런 경력이 전무하다.” 최순실씨는 인사의 대가로 금품을 받기도 했다.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 때 “김대섭 세관장이 임명된 후에 ‘얼마 안 되지만 상품권으로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겠다’고 하면서 최순실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상품권을 그대로 최씨에게 건네줬다”라고 진술했다.

관세청 차장과 기획조정관 인사 역시 최순실씨가 추천한 대로 이루어졌다. 최씨는 2016년 1월27일 류상영 부장에게 ‘관세청 인사 관련 보고’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최순실씨의 지시로 작성된 문건에는 ‘관세청 차장은 기획재정부 인사로 하고, 인사국장(기획조정관)은 이 당시 심사정책국장이 적임자’라고 적혀 있었다. 2016년 5월2일 실제로 김종열 기재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이 관세청 차장으로, 이씨가 기획조정관으로 승진했다.

세관은 해외를 자주 드나들며 이권사업을 펼치던 최순실씨에게 중요한 곳이었다. 자기 사람을 심어 세관 통과 때 편의를 누린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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