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교 의전 문서에도 최순실 손 글씨가
  • 김연희 기자
  • 호수 491
  • 승인 2017.02.14 16: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IN〉은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을 앞두고 최순실씨에게 건네진 청와대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최씨는 대통령 순방 계획에 맞춰 급하게 태권도단 창단에 들어갔다.
〈시사IN〉은 최순실씨에게 건네진 청와대 대외비 문건을 추가로 단독 입수했다. ‘멕시코 문화행사(안) 검토 보고’라는 제목의 A4 용지 한 장짜리 문건이다. 2016년 2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이정우 행정관이 만든 원본과 수정본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입수했다. 두 달 뒤인 2016년 4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해 최순실씨에게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담긴 문건 47개를 건네, 정 전 비서관을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멕시코 문화행사(안) 검토 보고’는 이 47건에 포함된 것이다.

ⓒ연합뉴스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위).

문건 위쪽에는 청와대 문건임을 드러내는 ‘성격’의 ‘공유(외교 의전 홍보기획)’란에 체크가 되어 있다(오른쪽 사진). 분 단위로 짜인 태권도 공연과 K팝 공연 순서 외에도 대통령(VIP)의 동선까지 기록되어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의 주거지에서 이 문건을 압수했다. 최순실씨가 태권도 행사를 기획해볼 수 있느냐며 청와대 문건을 노 부장에게 건넨 것이다. 당시 노 부장은 이것이 청와대 문건인 줄 짐작만 했다. 문건 생산 주체를 알리는 부분이 포스트잇으로 가려진 채 복사된 사본이었다. 최씨는 문건을 건네며 노 부장에게 “이 문서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문건을 설명하며 직접 손 글씨로 ‘5분·15분’ 등 시간을 썼다. 노승일 부장은 지난 1월24일 최순실·안종범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은 정부 문서를 줄 때 만든 기관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가린 뒤 복사해서 주었다”라고 증언했다. 검찰 수사 결과 포스트잇으로 가려진 부분은 작성 날짜와 작성 주체(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가 쓰여 있었다.

“K스포츠재단 태권도단 공연으로 대체하라”


검찰은 최순실·안종범 형사재판에서 이 문건을 국정 농단의 증거로 제출했다. 문건에는 ‘기존 K-Tigers 시범단 공연을 창단 예정인 KSF(K스포츠재단) 태권도 시범단 공연으로 대체’라고 쓰여 있다. 문건을 작성한 이 행정관은 검찰에서 “대통령-정호성 부속비서관-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거쳐 시범단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진술했다.

원래 계획을 바꾸라는 지시는 최순실씨가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처음 멕시코 순방 계획을 접한 최순실씨는 대통령 순방을 2개월여 앞두고 급하게 태권도단 창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이 태권도단을 창단할 시간이 너무 촉박해 최씨의 지시는 무산됐다. 멕시코 공연은 무산됐지만, 다음 달인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는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팀 ‘K-스피릿’이 시범행사를 했다.

ⓒ시사IN 자료박근혜 대통령이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에 참석하기 전 제작된 ‘멕시코 문화행사(안) 검토 보고’ 원본(왼쪽)과 수정본(오른쪽).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