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악취미다. 〈시사IN〉은 어떤 기준으로도 ‘친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두 국회의원에게 ‘문재인 대선 컨설팅’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고 선거 기획 경험이 풍부한 초선 강훈식(충남 아산을), 이철희(비례대표) 의원이다. 민 정치컨설팅 전략기획팀장 출신인 강 의원은 2006년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이후 손학규계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JTBC 〈썰전〉으로 유명해진 이철희 의원 역시 이름난 전략가다. 계파를 불문하고 당 지도부가 기획 파트에 그를 불렀다. 두 의원은 2011년 손학규 전 대표의 경기 성남분당을 보궐선거에서 합을 맞춰 야당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곳을 뚫어냈다.

캠프 참모의 관점으로, 비(非)문재인계가 보는 ‘문재인의 필승법’을 컨설팅해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나는 비문 아니고 반문, 하프(Half·절반)문이다”, 강 의원은 “나는 안희정 지사 선거 기획도 한 사람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곤란할 법한 질문에 치열하게 답했다.


 

ⓒ시사IN 윤무영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고 선거 기획 경험이 풍부한 초선 강훈식(충남 아산을), 이철희(비례대표) 의원


선거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후보 파악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 후보인가?

강훈식(강):선거의 출발은 후보이지만, 사실 후보 이야기는 컨설팅할 때 제일 마지막에 하는 거다. 먼저 구도, 투표율, 표밭 분석부터 들어간다. 왜 그런지는 좀 있다가(웃음).

한때 ‘약한 이회창’이라고도 불렸던 문재인 전 대표가 뚜렷한 상승세다.

이철희(이):나도 썼던 표현인데, 이제 문 후보를 ‘약한 이회창’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다자구도에서 30%가 넘는다. 당시 이회창 후보에 거의 근접했다고 판단한다. 탄핵 이후 정권교체 찬성 비율이 많이 올라 80% 이상이다.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을 경우 정권교체 대표선수에게 표가 쏠린다. 이게 지지율 상승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총장을 두고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한 건 정확한 곳을 때린 거다.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30%는 굉장한 거다. 하지만 앞으로 야당이 놓일 지형이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컨대 탄핵이 다 끝나고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치자.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동정론이 확대되고 결집할 경우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어떤 컨설팅을 하겠나?

:이대로 가면 대통령은 문재인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은 시기에 딱 좋은 여론 추이다. 그런데 그런 선거는 없다. 어떤 선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원사이드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약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 외교·안보와 경제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당시 문 전 대표가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솔직하긴 하지만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볼 때, 대통령 될 사람이 그런 것도 기억 못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경제, ‘유능한 경제 정당’ 콘셉트를 내밀었지만 이것도 크게 대국민 이미지를 바꾸진 못했다.

:연합·연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확장성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이 약점을 보완하는 ‘승리방정식’이 총선 때 나왔다고 본다.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전권을 다 주고 관리하면서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그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이었다. 이렇게 이질적인 연합을 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지지세력과 지지층으로만 선거를 치를 것인지가 중요한 갈림길이다.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121석이다. 5년 중 3년은 그 의석으로 버텨야 하는데, 그걸로는 국정 운영이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연대해야 국정 운영도 잘 된다. 연대는 그 자체로 표를 모으는 과정인 동시에 국정을 맡겨도 되겠다고 유권자를 안심시키는 효과를 낸다.

 

 

ⓒ연합뉴스이철희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왼쪽)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ABC가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반대표(Antivote)를 극복해야 한다. 다음은 노무현을 넘어서야(Beyond) 한다. 마지막으로 연합해야(Coalition) 한다. 단일화는 좀 아닌 것 같고 연합, 승자독식하지 않고 나누겠다가 중요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혼자 맘대로 했다는 것 아닌가? 나누면 보는 눈이 많아서 비선 실세가 작동할 수가 없다. 그런 시대적 요구를 ABC에 맞춰 잘 풀면 넉넉하게 이길 것 같다.

누구와 연대해야 파괴력이 크다고 제안하겠나?

:딱 잘라 말하면 김종인 전 대표다. 관계를 복원하는 게 맞다. 총선 때 영입해서 전권을 줬지 않나. 그런데 그 사람과 등진다면 유권자가 문 전 대표를 볼 때 자기부정으로 본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대선 때 단일화한 안철수와도 등졌다. 정치적 파트너로 같이 손잡은 사람들과 어느 시점 이후 절연하는 관계가 반복되면 나쁜 이미지가 남는다. 뭔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안 하면, 선거란 게 묘해서 어느 시점엔가 그게 장벽으로 툭 돌출된다.

:동의한다. 당 밖은 관두더라도 당내에 있는 김종인부터다. 문 전 대표는 5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거의 매년 파트너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하나하나 다 사연이야 있다. 그런데 그게 모이면 ‘아, 문재인은 함께한 사람과 소원해지는구나’ 이런 스토리가 쌓인다. 이런 게 모이면 어느 순간 치명타가 된다. 이번 대선에는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없다. 그러면 당이 사실상 인수위처럼 움직여줘야 한다. 그런데 당이 삐걱대면 인수위가 삐걱대는 것 같은 불안감을 준다.

:지금 시대정신 중의 하나가 통합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분열을 시켜놓아서 그렇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같은 세력 내의 파트너와도 손을 못 잡으면서 국민 통합을 외친다고 하면, 그거 그림이 이상하지 않겠나?

왜 그런 사례가 반복된다고 보나?

:모든 이별은 쌍방 과실이지(웃음). 그런데 지금은 문 전 대표가 절대 강자가 됐으니 포용할 때다. 강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다. 대통령 되려는 사람은 문재인 아닌가. 컨설팅은 희한한 상황도 다 염두에 둬야 하니까 아예 소설을 써보자. 반기문 후보 중도포기, 가능하다. 새누리당 계열은 아예 후보가 없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나왔고, 새누리당 계열들이 문재인을 막겠다면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한다. 자, 안철수의 승리는 누가 봐도 정권교체니까 정권교체 여론에 휩쓸리지 않을 거 아닌가. 이런 식의 1대1 구도를 가정해보면, 문 전 대표도 지금 자기가 강할 때 최대한 외연을 넓혀놓는 게 맞다. 이대로 가면 이긴다고 선거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

컨설턴트 관점에서 외연 확장이 답이라고 해도, 정작 캠프는 그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캠프가 승리 이후를 생각해 공신을 최소화하려 들 수도 있고 후보가 고집을 부릴 수도 있고.

:선거는 결국 후보다. “밖에서 내가 들었는데 이거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참모와 후보의 관계는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자기 결단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합뉴스강훈식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왼쪽)와의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까지 친문 후보가 싹쓸이한 지난 전당대회 이후 “친노는 독식한다”라는 인상이 당내에서 강화됐다.

:만약 그런 장면에서 이렇게 되는 게 당의 건강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다면, 그럴 때는 대장이 나서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안을 추구하는 인사나 후보로 나서는 분들한테도 “제 고민은 이렇습니다. 당이 좀 다양하게 섞여야 합니다. 나 자신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쇼.” 이렇게 좀 질러주어야 한다. 나는 개입하지 않았고 각자가 자율적 판단으로 했다, 이렇게 말할 문제는 아니다.

:권력이 갖는 마력이 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함께 있는 사람도 마취시킨다. 데이터상으로 적신호가 없는 마당에 굳이 나쁜 시나리오를 꺼내는 건 부담스럽다. 그 사람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캠프에서도 밀린다. 내 말대로 하면 된다는 확신도 없는데 어떻게 반대 의견을 내나. 그냥 내부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 모든 캠프, 특히 1등 후보가 조심해야 할 게 이런 경우다. 그러니까 모든 캠프의 최고 전략가는 후보여야 한다. 후보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니까.

:선거의 출발은 후보이지만, 컨설턴트는 후보에 대해 제일 마지막에 말한다는 게 이런 거다. “후보가 이런저런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하기도 어렵고, 해도 후보 본인이 체감하기 전에는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는 결국 후보 역량이다.

:이번에 반기문 전 총장 귀국 후 행보를 보면 딱 컨설턴트 기획이라는 느낌이 온다. 그런데 그게 반기문 브랜드하고 영 안 어울린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이러저러합니다 그래봐야, 결정적인 순간에 후보가 딱 지르면 그게 맞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후보가 되고 지도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건 미지의 영역, 마술적 영역으로 남겨놔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위험 요소가 되나? 지지층이란 사실 불특정 다수 대중인데, 이걸 통제하라는 요구가 제대로 작동할까?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전당대회에 가서 버니 샌더스 지지층을 봤다. “샌더스가 아니라면, 힐러리는 찍지 않겠다”라는 이들이다. 전당대회장에서도 집회하고 불 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갈등을 결국 누가 풀어내느냐면, 샌더스가 푼다. 지지 연설을 하고, 지지층에게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그러고 나서 여론조사를 하니 샌더스 지지층이 결국 힐러리 클린턴으로 80% 넘게 넘어가더라. 지지층에 대해서도 리더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게 자신의 정치에도 중요하다. 당내에서 서로 싸울 수도 있지만 경쟁이 끝나면 전체 의사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EPA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운데)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자 지지율 격차가 그대로 얼어붙은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굳히기를 하려면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까?

:헌재의 탄핵소추안 결정 이후 아마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도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박근혜 게이트에 화가 난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 10년 실정에 불만이 쌓였다. 결국 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다. 반(反)박근혜 기조만으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면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안길 것이다. 문재인이 그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상을 잘 제시하면 대선은 문재인한테 간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책 시리즈를 발표한다고 미래 이미지가 생기는 건 아니다. 노무현 하면 특권 타파 이렇게 메시지와 메신저가 일치해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 잘 안 맞는다.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면 잘 맞는 것 같다.

:탄핵 국면이 끝나면 박근혜는 사라진다. 노무현으로부터 얼마나 더 나아갔느냐는 질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문제다. 문재인만의 가치가 확실했다면 사실 연대·연합이 약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연대와 확장성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내는 것도 방법이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보수 정부와 참여정부 비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가 실패한 정부는 아니다. 그 말이 틀렸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 말이 옳으나, 지금 대선 주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이다. 지난 시대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다툼을 벌이면 그게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단순히 ‘참여정부 시즌 2’를 바라는 게 아니다. 부정하라는 게 아니다. 넘어서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계속 노무현 정부 시절을 얘기하며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벌써 그러고들 있다. 거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경선 주자들이 그리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경쟁을 통해 최대치를 찾아내는 게 우리 역할이다.

즉석에서 문재인의 메인 슬로건을 뽑는다면?

:이게 돈이 얼마짜리인데(웃음). 예전에 손학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올 때 슬로건이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겠다”였다. 확장성이 있는 내가 대선 참패를 만회하겠다는 의미인데, 그 전당대회에서 그걸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문재인이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거기에 가치와 지향을 담아야 한다. 그렇게 치면 많지가 않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정권교체다.

:표현이야 연구해봐야겠지만, ‘같이 살자, 더불어 살자’ 콘셉트는 어떨까. 지금은 몇 사람만의, 잘사는 소수만의 승자독식을 넘어 강자독식 아닌가? 이제 좀 나눠서 더불어 같이 살자. 문재인과 맞을 것 같다. 문 전 대표가 원칙을 지키고 독식할 것 같지 않은 이미지가 있잖나.

:그건 잘 안 오는데(웃음).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이미지는 ‘굿맨’이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 너무 굿맨이라 주변에 별난 분들을 통제하는 게 좀 서툴다.

이:나는 문재인 이미지를 ‘쿨가이’라 생각한다(웃음).

 

 

기자명 천관율·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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