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시험을 보기 전 2년6개월가량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입사한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 일이다. 1998년 3월1일, 휴일이었는데 출근하라는 비상연락이 돌았다. 당시 1위 서적도매상이었던 보문당이 부도났다는 것이었다. 2위 도매상이었던 송인서적이 그 전달에 부도가 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사실 글과 문장을 만지던 편집자들에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외환위기로 사방에서 부도 소식이 들려오던 때라 ‘출판계에도 올 것이 왔군’ 덤덤하기도 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헛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보문당? 빵집 부도에 출판계가 왜 난리야?”

ⓒ시사IN 양한모

2017년 1월 초, 페이스북을 열었더니 ‘송인서적 부도’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19년 전 회생한 송인서적이 또다시 부도난 것이다. 출판계 지인들의 페이스북이 뒤숭숭했다. 이번에는 작은 출판사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고 한다. 왜 그럴까. 대략 설명하면 이렇다. 책은 위탁판매를 한다. 주요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 등 몇 군데는 출판사가 직거래를 한다. 한 달 단위로 판매 부수를 정산해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그 밖의 지역 서점은 도매상을 통해 거래한다. 도매상에서 책을 서점으로 뿌리고 출판사는 도매상을 통해 수금한다. 그런데 온라인·직거래 서점을 빼고 지역의 서점에서 어느 책이 얼마나 판매되었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지만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1인 출판사들은 영업자를 따로 두기 어려우니까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도매상을 한곳으로 ‘일원화’하기도 한다. 송인으로 일원화한 작은 출판사가 많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 또 송인은 이들 출판사에 어음 결제를 했다. 그 어음으로 인쇄대금을 결제한 출판사는 돈을 물어주어야 한다.

유통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19년 전에도 그랬다.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은 ‘블랙리스트’ 때문에 온 정신이 나간 듯해서 별 기대감이 없다. 그 와중에 조합원들이 책을 함께 읽는 ‘땡땡책협동조합’에서 이번에 피해를 본 ‘친구 출판사들’의 책을 묶어서 구입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단다. 이곳(cafe.daum.net/00bookcoop)을 통해서 책을 사면 구입한 책값이 설연휴 전까지 출판사에 지급된다. 언젠가 칼럼니스트 김현진씨가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라고 썼다. 지금 작은 출판사들에 대한 ‘최상의 연대는 구매’라고 적고 싶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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