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국가보위부)

김원홍 부장(사진 오른쪽)이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원홍 부장과 국가보위부 핵심 간부들에 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20일경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지도 요강을 김원홍과 국가보위부 전 직원을 집합시켜 전달한 이는 조직지도부 최고 실력자인 조연준 제1부부장이었다. 당시 김원홍은 12월 중순에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무수단 미사일의 연이은 발사 실패의 원인 규명차 제2경제위원회가 위치한 강동에 내려가 연합특별조사단을 직접 지휘하던 중이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제1차 보고서를 끝내자마자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부랴부랴 평양에 복귀해 최대 정적이나 다름없는 조연준 부부장이 보는 앞에서 지옥 같은 검열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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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지도 요강 전달에서 조연준 부부장은 그동안 적발된 국가보위부의 적폐를 상세히 밝혔다고 한다. 국가보위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악용해 당 위에 군림해왔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당 사업과 관련해 돈과 물자를 뜯어내는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비롯한 해외 파견 고위급의 잇단 탈북 사태에 대해 무대책 내지 일부 탈북을 묵인한 데 대해 자백을 강요했다고 한다. 고위급 탈북자 사태는 중앙당 검열의 직접적 계기였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국가보위부를 추궁했으나 사태가 나아지지 않자 검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대북 소식통은 귀띔했다. 하지만 사태가 이처럼 확대된 데에는 그동안 김원홍과 국가보위부의 권력에 위축됐던 조직지도부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직지도부는 국가보위부 요원들의 전국에 걸친 비리를 종합했다. 국가보위부원들이 체제 보위는 하지 않고 권력을 악용해 돈놀이에만 눈이 어두워져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고공비행하던 김원홍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되기 전만 해도 김원홍은 장성택의 천거로 중앙무대에 진출한 ‘장성택의 칼’이었다. 김원홍은 장성택과 손을 잡고 군의 최고 실세 리영호를 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장성택이 당 행정부를 앞세워 막대한 군부 이권을 독식하자, 이번에는 당 조직지도부와 손을 잡고 장성택 제거의 ‘사냥개’ 노릇을 도맡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김원홍은 때마침 불거진 당 조직지도부의 종파 사건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이 사건으로 관련자들이 모두 처형되면서 김원홍은 명실상부한 권력의 실세로 떠올랐다. 정보와 무력을 양손에 쥔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백두혈통부터 조직지도부 핵심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관할한 국가보위부가 도청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평양·함흥·청진·평성 등 대도시와 신의주·회령 등 국경 지역들에서 김원홍의 위세를 악용한 국가보위부 부원들의 권력 남용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막강한 김원홍의 권력도 정작 국가보위부 안에서는 기반이 취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홍은 국가보위부와 앙숙 관계인 인민군 보위사령관 출신이다. 국가보위부 내부에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장성택 처형 뒤 당 행정부에 빼앗긴 보위부 이권을 그가 찾아오지 못하자, 김창섭 정치국장 등 국가보위부 고위 간부가 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김원홍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은연중에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당 조직지도부가 반격을 가한 것이다. 이번 검열은 오는 2월16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냉혹한 권력 게임에서 칼자루를 쥔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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