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KD coporation(KD코퍼레이션)이 등장한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3-15-16 VIP. KD $40/ton, LNG, KD coporation, silica gel’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 3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의미다. 암호 같아 보이는 이 문구에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해석이 된다.

KD코퍼레이션은 최순실씨 공소장에도 등장한 ‘정유라 친구 아빠의 회사’다. 이 회사 이종욱 대표는 최순실씨와 경복초등학교 학부모 사이다. 흡착제를 만드는 중소기업인 KD코퍼레이션 제품의 주요 소재는 실리카겔(silica gel)이다. 검찰과 특검은 이종욱 대표가 최순실씨에게 자기 회사의 해외 및 대기업 진출을 꾸준히 청탁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을 보면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KD코퍼레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해졌고, 이를 박 대통령이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2016년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최순실씨는 이 회사를 꾸준히 챙긴 것으로 검찰과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2015년 1월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왼쪽).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최씨는 2013년 가을부터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KD코퍼레이션이 해외 납품 및 대기업 납품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27일 안종범 전 수석 배석하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은 KD코퍼레이션 이야기를 꺼냈다. “효율성이 높고 비용도 낮출 수 있는 좋은 기술을 가졌다니 현대차에서 활용 가능하다면 채택해줬으면 좋겠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안 전 수석은 직접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특별 지시 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해 박 대통령에게 KD코퍼레이션에 대해 보고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회사는 박 대통령의 관심 기업이었다.

2015년 2월 KD코퍼레이션은 현대·기아차와 10억6000만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제품 성능 테스트도 거치지 않았다. 최순실씨는 계약 성사 전후로 KD코퍼레이션에서 1100만원이 넘는 샤넬 핸드백과 현금 4000만원을 세 차례에 걸쳐 받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하며 1월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실력이 있는 회사에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KD코퍼레이션 특허 소송도 도와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3월15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을 언급한 그 직후 이 회사 대표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다. 지난해 3월30일부터 4월6일까지 박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순방 행사에 KD코퍼레이션도 참여했다. 이때 KD코퍼레이션은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의 자회사와 1대1 상담을 했다. 또한 5월25일부터 6월5일까지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에도 KD코퍼레이션 이종욱 공동대표가 따라갔다. 경제사절단 중소·중견 기업 102개사 가운데 한 곳으로 뽑히는 혜택을 누린 것이다.

안 전 수석은 KD코퍼레이션 특허 소송도 도왔다. 2015년 KD코퍼레이션과 미국 PQ코퍼레이션이 특허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일자, 그해 10월 안 전 수석은 관련 상황을 상세하게 담은 보고서를 박 대통령에게 올렸다. 지난해 3월 KD코퍼레이션이 청구한 특허 무효 15개 항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효라는 결과가 나왔다.

KD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1년 매출액은 145억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이던 2015년 매출액은 18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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