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안종범 전 수석은 업무수첩을 쓰는 규칙이 있다. 맨 앞장에 ‘12/3/15~12/ 16/15’ 식으로 수첩을 쓴 시기를 적는다. 또 업무수첩 맨 마지막 장은 인사와 관련된 내용 메모가 많다. 주로 사람 이름을 적어두었다. 2015년 12월3일부터 2015년 12월16일까지 쓴 수첩의 맨 마지막 장에 포스코 관련 인사 사항이 적혀 있다. ‘POSCO 우 김 전무(△△법인장) 윤 이 김 황 장.’ 이들 이름 옆에 하이픈(-)을 그어놓고 설명을 달았다. 한 사장급 임원 이름 옆에는 ‘-문재인’이라고 적혀 있고 두 명 이름 옆에는 ‘-여자 문제’라고 적혀 있다. 포스코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016년 2월에 인사가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포스코 임원이 맞다”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와 포스코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포스코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종범씨는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2015년 12월11일 박 대통령 지시 사항을 뜻하는 ‘12-11-15 VIP-②’라는 메모에도 포스코 관계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 총 16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 가운데 4명은 ‘사외이사’라고 되어 있다. ‘12-26-15 VIP’라고 상단에 적혀 있는 메모도 비슷하다. 이 메모에도 ‘POSCO’라는 항목에 11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한 임원 이름 옆에는 ‘SD 뇌물’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포스코 비리’에 연루되었던 인물이다.

ⓒ연합뉴스2014년 12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맨 오른쪽)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12/16/15~1/10/16’라고 쓰인, 그러니까 2015년 12월16일부터 2016년 1월10일까지 안 전 수석이 쓴 업무수첩 맨 마지막 장에는 청와대가 KT 인사에 개입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메모에는 KT 사외이사 세 명(송도균·임주환·차상균)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가운데 사람을 제외하고 두 사람을 화살표로 묶고 ‘연임’이라고 쓰여 있다. 이 메모가 적힌 페이지 옆면에도 ‘교체’ ‘3년 유임’ 등의 메모가 적혀 있다. 2016년 3월25일 열린 KT 주총에서 송도균 전 SBS 대표이사,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되고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 교체된다.

청와대 수석 수첩에 대한항공 지점장 이름이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대표적 회사다.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낙하산은 없다’고 공약한 바도 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그런 공약이 무색하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한항공 지점장 인사에도 개입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고창수’라는 이름이 5~6회가량 나온다. ‘7-24-15 VIP-③’이라고 적힌 메모에 이 이름이 등장한다. 2015년 7월24일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에는 ‘한진’에 동그라미를 친 후 다음과 같이 적었다. ‘2-대한항공 기업 참여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고창수 신망’ ‘3년 연임 부탁’이라는 말도 나온다. 2016년 1월3일에 작성된 VIP 지시 사항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도 ‘4. 고창수 대한항공 지점장 2월 본사 파견 원치×→서울, 제주지점장’이라고 적혀 있다. 상단에 ‘1-23-16 VIP’라고 쓰여 있는 또 다른 메모에는 ‘9. 고창수→제주지점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고창수씨는 최순실씨의 고향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한항공 지점장 인사에 직접 (그것도 여러 번 언급하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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