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청와대는 사실상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국정교과서 관련 메모가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다.
안 전 수석이 ‘10-8-16 VIP-①’이라고 적은 메모를 보자. 2016년 10월8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린 지시를 뜻한다. 이날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교과서 국정화 조치와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먼저 ‘보안’을 강조한다. 안 전 수석은 ‘6. 역사 교과서-교문수석 1)편찬 과정 관리 부실 점검 2)연구진 43명 개인 입장 관철 위해 중요 자료 유출 가능성 차단 3)외부 인쇄 과정 관리’라고 적었다. 또 ‘5)오탈자 근절’이라고 안 전 수석이 쓸 만큼 박 대통령은 모두 15가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15가지 지시 사항 가운데 ‘8)광복 이후 수립 과정, 6·25 전쟁, 이·박 대통령 평가, 북한 정권 9)국정화 저지 network 민중총궐기 대비→학부모 설득’이라는 부분도 눈에 띈다. 앞부분은 국정화를 반대하는 485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를 뜻한다. 이에 맞서 국정교과서 채택을 위한 학부모 설득 작업도 지시한다.
또 ‘10)전교조 12월 초 선거. 과잉 진압 유도 12)교육부 재점검 미비점 보완. 편찬진 언행 유의 13)교과서 쟁점 사항→대응 논리 개발 14)교학사 사례 사소한 실수 방지, 문체부 공조체제 구축, 비판 세력 빈틈없이 관리 15)언론, 유력인사 사전 준비’ 따위 내용이 적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국정화는 교육부가 자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실린 ‘교과서 관련 메모’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화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 메모가 작성된 시기는 최순실 국정 농단이 알려져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 때였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교과서 문제는 ‘서별관회의’에서도 논의되었다. ‘10-20-15 서별관회의-교과서’라고 적힌 메모를 보자. 이 메모에는 ‘1. 집필진:근현대사. 가능한 list-up:성향 분석 2. 홍보 3. ①시민단체(우파) ②새누리당 ③원로 학계, 고대사 신형식 이대 명예교수, 고려사 고혜경’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름 정도만 공개되었을 때였다. 이날의 메모에 적힌 ‘고혜경’은 2016년 11월에 발표된 교과서 고려 부문 집필진에 포함된 고혜령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의 오기로 보인다.
서별관회의에서도 교과서 문제 논의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인 서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서별관회의에서 교과서 문제가 논의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이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원 등 경제적 사안을 조정하는 협의체로 알려졌다. 회의 안건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아서 야당은 ‘투명성도 없고, 책임성도 없이 운영된다’는 비판을 해왔다. 그런 서별관회의에서 경제 문제가 아닌 국정교과서 문제가 논의 주제로 오른 것이다. 이 메모를 작성한 2015년 10월20일, 안종범씨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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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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