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최순실씨는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 회사를 통해 개인 자금을 관리하고 세금을 회피하려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코어스포츠 내부 자료에 따르면, “금일 회계사와 간략한 미팅을 가지면서 자금 처리를 위해 회계사와 방법을 만들어보았습니다. 회장님(최순실)이 보시기 편하게 파워포인트로 작성해보았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최순실씨는 코어스포츠 직원들에게 ‘회장님’이라고 불렸다.
전체 16쪽인 이 파워포인트 파일은 당시 코어스포츠 부장이던 노승일씨가 2015년 8월27일에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당시 회계사와 논의한 ‘회장님 자금 처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방식은 한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코어스포츠와 돈을 주고받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기업 설립. 스포츠 마케팅 (페이퍼컴퍼니 설립). 독일 법인과 컨설팅 계약 체결. 매월 독일 법인으로 컨설팅비 인보이스 발행. 매월 컨설팅 보고자료 제출”이다. 노승일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여기에 나온 페이퍼컴퍼니가 바로 ‘코어플랜’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8월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주소를 둔 코어플랜은 자본금 1000만원 규모로 설립신고를 마쳤다. 법인 설립 목적이 광고기획, 스포츠 미디어 및 콘텐츠 개발, 스포츠 마케팅 등이다. 자료 내용과 일치한다.
독일 법인이 직접 최순실 자금을 처리하지 않고, 한국 법인을 거쳐서 활용하려 했던 이유도 파워포인트 자료에 설명되어 있다. 독일과 한국의 법인세율을 비교해놓고, 그 아래 “비용 처리가 독일보다 수월함. 회장님 개인자금 처리 수월함”이라고 쓰여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게스트하우스 활용”이다. 부동산을 ‘회장님(최순실)’이 구입해 독일 법인(코어스포츠)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독일 법인으로부터 최씨가 임대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해당 자료의 “임대차 세액 7% 수준입니다”라는 대목을 보면, 최대한 적은 세금으로 최씨의 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부동산 임대를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하며, “선수 숙소도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실제로 당시 코어스포츠 부장이었던 노승일씨는 선수 숙소용 호텔을 보러 다녔고, 이 중 현재 비덱 타우누스 호텔로 불리는 곳을 추천했다. 노승일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비덱 호텔이 최순실씨 소유인데 코어스포츠로부터 임대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최순실씨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이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구조 구축
회사를 차려 자금을 유용하는 것은 최순실씨 일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수법이다. 최씨는 코어스포츠뿐만 아니라 페이퍼컴퍼니 독일 더블루케이 법인도 만들었다. 독일의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과 한 몸처럼 움직인 최순실씨의 한국 회사 더블루케이의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로 지목된다.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플레이그라운드(미르재단 사업 결탁)·더에스피엠(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 결탁)과 같은 회사는 사실상 최순실씨 소유지만 등기상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최씨와 관련된 유령 업체가 독일에만 수십 개가 된다는 의혹도 보도된 바 있다. 파워포인트 자료 내용처럼 ‘회장님 개인 자금 처리에 수월한’ 회사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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