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추돌 사고를 겪은 31세 여자 환자. 목덜미가 아프고 목 뒤쪽에 감각이 없다. 목 통증이 머리까지 뻗친다. 오른쪽 어깻죽지가 아프면서 매우 저린다. 때로는 밤에 깰 정도로 작열감을 느낀다.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왼쪽 허벅지가 찌르는 듯이 아프다. 최근에는 왼쪽 이마에 뭔가 스물스물 기어가는 느낌이 든다. MRI에서는 경추 4-5번 디스크가 약간 탈출된 소견을 보인다(그림 1).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 대학의 유명한 척추 전문의 니콜라이 보그둑은 그런 편견에 조목조목 반박한다. 보그둑은 편타 손상을 받아도 목 통증이 아예 생기지 않는 사람이 많으며, 목 통증이 생겨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편타 손상에 의한 증상이 금전적 보상을 노리는 꾀병만은 아닌 ‘이유 있는 통증’이라고 주장한다. 보그둑의 분석에 따르면, 편타 손상으로 목 디스크와 후방 관절이 손상되면 이로 인한 연관통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위에 나열한 다양한 증상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시사IN〉 제474호 ‘목 디스크 손상되니 귓구멍도 아프구나’ 기사 참조).
문제는 보상금을 노리고 진짜 꾀병을 부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나쁜 사람들 때문에 교통사고로 고생하는 선량한 편타 손상 환자들이 두 번 고통을 겪게 된다.
반복되는 약한 충격은 주로 스포츠 활동 때문
지난 연재에서 근육, 뼈, 관절, 척추 등 우리 몸의 기계적인 조직을 손상시키는 세 가지 기전을 소개했다(〈시사IN〉 제472호 ‘목 디스크 손상의 세 가지 범인’ 기사 참조). 한 번의 강한 충격, 반복되는 약한 충격,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은근한 힘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목 디스크 병은 일상생활에서 세 번째 기전으로 발생한다. 앞서 설명한 편타 손상은 첫 번째 기전에 해당한다. 그럼 두 번째 기전, 즉 반복되는 약한 충격은 언제 어떻게 작용할까? 대다수가 스포츠 활동과 연관이 있다. 실제 사례를 보자.
“탈출이 오른쪽 신경뿌리 중 제일 예민한 쪽으로 치우쳐서 통증이 아주 심할 것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큰 탈출이 생겼을까요? 기전을 알아야 치료가 제대로 됩니다.”
“아. 뭐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골프를 좀 치는 정도입니다.”
“연습을 많이 하시나 봐요?”
“예, 조금 합니다.”
그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따라온 부인이 눈을 흘긴다. “조금 하기는 무슨! 마흔 넘어 시작한 골프로 프로 데뷔한다고 하루에 500개씩 연습공을 치면서!”
출생 직후 연약하던 힘줄이나 연골은 사춘기를 거쳐 점점 강화되어 30세쯤 최대 강도에 이른다. 이후부터는 서서히 약해지고 퇴행되는 생물학적인 과정을 거치는데 그것이 바로 근골격계 노화이다. 이 45세 환자는 이미 15년 정도 퇴행이 진행된 상황이라 하루 500개씩 하는 연습구 타격은 힘줄과 연골에 기계적 스트레스를 누적해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목 디스크에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반복적인 약한 충격으로 목 디스크 탈출이 온 전형적인 결과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격투기 선수인 30세 남자가 시합 도중 머리가 오른쪽 어깨에 닿을 정도로 심하게 목이 꺾였다. 이후 좌측 어깨뼈(견갑골) 바로 안쪽이 계속 아프다. 차츰 나아지는 듯해서 운동을 다시 시작해보지만 격투기 연습 때는 좀 더 아파진다. MRI상 경추 4-5번 디스크가 좌측으로 약간 탈출된 상태이다(그림 3). 이는 운동 중 발생한 한 번의 강한 충격으로 목 디스크가 손상된 경우이다. 교통사고와 같은 첫 번째 기전이다.
운동으로 목 디스크 병이 생긴 경우도 염증을 줄이며 자연 경과의 물살을 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호전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호전될 즈음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다면 언제쯤 가능할지? 다시 운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전문의가 MRI를 찬찬히 살펴보고 아픈 목을 이리저리 만져본 다음 “당신은 주 1회 9홀 정도 라운딩은 가능하지만 주 2회나 18홀은 절대로 안 됩니다”라거나 “젊은이, 킥복싱은 해도 되지만 그라운드 기술이 많이 사용되는 주짓수는 앞으로 8개월 동안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런 정도의 운동 처방은 현재의 기술과 지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유는 MRI가 상처와 흉터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MRI에 보이는 이상이 지금의 통증을 일으키는 상처인지, 아니면 과거에 모르고 지나간 통증의 흉터인지 MRI만으로는 알아내기 어렵다. 그뿐 아니다. 골프 스윙이나 격투기로 가해지는 힘이 상처 난 디스크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또, 상처 난 디스크가 그 힘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운동 중, 운동 후에 통증이 오면 즉시 멈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기술이 더 발전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 그것은 아니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우리 몸에 있다. 바로 ‘통증’이다. 우리 몸의 잘못된 상태를 알려주는 ‘통증’이라는 신호를 잘 해석하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어떻게 하면 안전한지 혹은 해로운지를 알 수 있다. 간략히 설명하면 어떤 운동을 하는 도중이나 운동 후에 통증이 재발하면 이는 해로운 운동이거나 과도한 운동이다. 그 운동을 더 지속하면 더 손상되고 더 아플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이 목 디스크를 더 손상시킬 수 있다면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다. 그렇지 않다. 운동하는 정도와 손상을 받는 정도는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 J 커브를 그린다. 우리 몸은 너무 과하게 사용해도 손상을 받지만 너무 사용하지 않아도 망가진다. 오랜 시간 무중력 상태에서 지냈던 우주인의 뼈가 심하게 약해지는 것, 무릎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해서 오래 두면 연골이 손상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이 오는 현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통증이 유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움직이고 운동할수록 이롭다는 뜻이다.
45세 프로 골퍼 지망생은 목 디스크 탈출로 잠을 못 잘 만큼 아파서 신경뿌리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한데, 골프를 완전히 끊기는 어려울 것이고 목 디스크 손상 없이 골프를 치는 것이 급선무다. 통증이 유발되지 않는 범위에서 아주 가벼운 라운딩부터 시작한다. 연습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꼭 원한다면 스윙을 반복하는 횟수를 대폭 줄이고 반복 간격을 아주 길게 한다. 연습이나 플레이 도중 혹은 후에 통증이 유발된다면 추가 손상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30세 격투기 선수는 젊고 손상이 크지 않아서 조금씩 훈련을 해볼 수 있지만 이때도 통증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그 원칙을 지키면서 디스크가 잘 아물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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