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일본을 보라’는 말은 꽤 오래됐다. 시차 20년을 두고 한국은 일본의 경로를 그대로 밟는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여러 국가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노령화, 저성장, 양극화, 부동산 버블, 산업공동화, 비정규직의 확대, 가족의 붕괴, 그리고 마침내 자살률. 나는 지금 그 추락의 경고음이 빠르다 못해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심지어 중국도 무시하는) 유일한 민족이 한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한다. 어쩌면 그것이 강대국이 늘 각축했던 동북아의 생존 환경 속에서 이만큼의 성장된 국가를 만들어낸 힘이었는지 모르지만, 모든 것은 이제 과거지사다.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일본의 저널리스트 후지요시 마사하루(藤吉雅春)가 발로 뛰고, 만나보고, 질문하고, 조사한 일본 부활의 현장 보고서이자 미래 제안서쯤 되는 책이다. 그가 주목한 지역이 바로 호쿠리쿠(北陸). 우리 기준으로 봐서 동해에 면한, 일본 중서부 해안 3개 현인 도야마·이시카와·후쿠이 지역이다. 이들 3개 현은 일본 정부가 조사해온 행복도 순위에서 늘 상위 3위를 독식하고 있으며, 전국 초·중등학생 학력평가에서 1위를 거의 놓치지 않는다. 또 후쿠이 현의 경우 노동자 세대별 실수입 순위에서 수도인 도쿄 도(東京都)를 제치고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중 1위이다.

어떤가?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이들 3개 현이 일본에서 가장 축복받은 삶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아니다. 호쿠리쿠는 겨울이면 폭설이 어

〈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
김범수 옮김
황소자리 펴냄
른 키만큼 내리고, 지형 또한 험한 일본의 변방이다. 한때의 국가적 번성이 지나가고 나자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제일 먼저 주력 산업이 몰락한 지역이다. 그때 지역민들은 바닥을 경험했다.

저자는 “왜 후쿠이인가?”라고 사람들이 물으면,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책은 말하고 있다. 혁명은 중앙이 아니라 변방에서 일어난다. 창의는 풍요가 아니라 결핍에서 싹튼다. 최고의 서비스가 된 행정, 협력과 상생의 산업 네트워크 구축, 소통과 자발성에 기초한 교육은 부활과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

우리는 지금 경제위기와 함께 정치적 격동을 겪고 있다. 분명한 건, 이 격동이 지나간 후에도, 개인이 행복해야 행복한 국가다. 오늘의 일본은 내일의 한국을 위한 희망의 팁들을 제공한다. 이 책은 20년쯤 뒤에서 미리 배달되어온 편지다.

기자명 이근행 (MBC P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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