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물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이름만 보면 당연히 우주의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어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구 밖의 우주에서 발견된 생물은 아직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생물학이 연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의 생물이다. 우주에 있을 것 같은 지구의 생물. 아직은 그럴 수밖에 없다.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이다. 당연히 우주의 생물을 가지고 연구할 수는 없으니 지구의 생물을 연구해야 한다.

지구 최초의 생명은 약 38억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은 약 35억 년에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하는 암석 덩어리다. 이것은 ‘시아노 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이 바다 부유물과 엉긴 후 암석화된 것이다. 시아노 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질소로 구성된 원시대기를 산소가 풍부한 대기로 바꾼 주인공이다. 지구상의 산소를 이용하는 모든 생물은 시아노 박테리아에게 신세를 진 것이다.

시아노 박테리아의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대부분 화석 형태로 존재하지만, 놀랍게도 살아 있는 시아노 박테리아가 실제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다. 서호주(오스트레일리아 서부)가 바로 그곳이다. 그러니까 우주생물학자들에게 서호주는 마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35억 년 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호주 탐사는 과학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대단한 탐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 있는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과학자들은 지구 생명의 기원뿐 아니라 우주 생명의 기원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문경수 지음
마음산책 펴냄
과정을 과학자의 눈이 아니라 ‘탐험가’의 눈으로 관찰한 기록은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사방 수백㎞ 내에 인적이 없는 오지를 다니며 탐험하는 것을 누구나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방송에서 ‘오지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은?’이라는 질문에 ‘그런 곳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해 ‘오지 생존 전문가’라는 별명을 얻은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번쯤 그런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언젠가 ‘과학탐험가’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그곳을 탐험할 기회가 있으리라는 강렬한 예감이 든다. 오지 생존 전문가로서, 오지에서 살아남는 두 번째로 좋은 방법을 말해준다면, 그런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책이라도 들고.

기자명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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