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진심일까?
  •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호수 485
  • 승인 2017.01.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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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은 굉장한 이야기꾼이다. 그가 쓴 소설들은 기존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남북통일 후 일어남직한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잠자리에서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밤을 새워버렸다.

저자가 그리는 통일 후의 상황이 너무도 그럴듯해 실제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사람들은 통일이 되어 북한 주민들이 몰려오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그런 마음은 말레이시아 대위 룽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룽은 남한 대위 강민준에게 왜 한국은 통일에 그토록 목을 매느냐고 묻는다. 1965년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분리시켰는데, 두 나라 모두 잘 산다는 것이다. “북한에 투자하느니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334쪽)이라는 그녀의 말에 강민준은 반박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의 끝부분에서 강민준은 통일의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면서 훨씬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제 옆에 있는 못사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창피한 일 아닌가.”(497쪽)

맞다. 돈만 생각하면 서독도 통일할 이유가 없었지 않은가? 통일에서 ‘같은 민족이니까’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장강명이 훌륭한 작가인 이유는 재미와 더불어 사회성까지 갖추어서다. 극중 인물인 헌병대장은 비리에 물든 군인으로, 그 도가 지나쳐 조직으로부터 암살당한다. 그런데 그 상황 설정이 낯익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예담 펴냄
헌병대장의 뒤를 쫓던 암살자는 근무시간에 마사지를 받고 나온 그가 난데없이 개인 병원에 가는 것을 의아해한다. 군부대에도 의무실이 있고, 그곳 의료진이 시설이나 실력에서 모두 북한의 개인 병원보다 훨씬 뛰어날 텐데 말이다. “소년(암살자)은 왜 헌병대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안 나오는지 의아해하며 의원 밖에서 초조하게 서성였다.”(208쪽) 결국 헌병대장은 3시간 만에 나오는데, 알고 보니 그가 병원에 간 이유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서였다. 평소 잠을 통 이루지 못해서 프로포폴에 의지했던 것.

프로포폴을 맞고 몽롱한 정신으로 나온 헌병대장은 결국 암살자의 칼을 맞고 죽는다. 프로포폴인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몽롱한 정신으로 대책본부에 나타난 그분은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해 현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내 멋대로 뽑은 이 책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포르포폴을 조심하자. 몽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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