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하나, 우리는 사랑의 문화를 이룬다. 하나,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 대전시에 있는 빵집, 성심당의 60주년 비전 선포식 선언문이다.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노점 찐빵집은 이제 직원 400여 명이 일하는 곳이 되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우리 곁에 불행한 사람을 둔 채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성심당의 경영 철학이다. 성심당은 하루 빵 생산량의 3분의 1을 기부하고,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의 빵을 기부한다.

성심당의 성장은 갈등보다 화합이, 배제보다 포용이, 경쟁보다 협력이, 축적보다 나눔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장기 경제침체에 빠졌다. 경쟁 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가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7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로, 〈이코노미스트〉는 2%를 예상했다. 실업률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진다. 올해 초 한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62명이 세계 인구 절반이 가진 부를 모두 합친 것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오랜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낡은 경제 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찾아야 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이성 사회의 종말과 감성 사회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개인의 공감 의식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회 전체, 세계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공감의 시대에 경제와 사회는 분리될 수 없다. 이기적 계산이 아닌 감성적 공감으로, 이기적 동기가 아닌 상호적 동기로, 경

〈우리가 사랑한
빵집-성심당〉
김태훈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쟁이 아닌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경제가 활로를 열 것이다. 성심당으로 증명된 사회적 경제는 협력·협동·연대·평등이라는 가치를 되살리는 운동이자 행진이다. 성심당의 사훈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이다. 우리 곁에 불행한 사람을 둔 채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다음은 특히 인상적이었던 구절이다. “성심당에는 ‘노동’이 있다.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 따위는 성심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답시고 부동산이나 금붙이를 사들이지도 않는다. 대신 사장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성심당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직하게 일한다. 그리고 그 노동을 소중히 여긴다.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할 때는 말단 직원에게 미루는 대신 간부들이 먼저 나서서 떠안는다. 성심당의 소통은 바로 이런 ‘정직한 노동’ 위에서 이뤄진다.”

기자명 박원순 (서울시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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