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수 송창식을 잘 안다. 개량한복을 입고 늘 웃는 얼굴로 노래하는 그. 누군가에겐 허수아비처럼 양팔을 벌리고 ‘왜 불러’나 ‘가나다라’를 부르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에겐 ‘참새의 하루’나 ‘담배 가게 아가씨’처럼 코믹하게 느껴지는 노래를 부른 가수로 기억되고, 누군가에겐 세시봉의 일원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으레 ‘레전드’라 소개되곤 한다. 그의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 역시 그의 이름과 얼굴은 안다.

우리는 송창식을 잘 모른다. 아는 건 그의 외적인 이미지와 히트곡 몇 개 정도다. 물론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처럼 히트곡이 많은 가수도 흔치 않다. 그의 말대로 “타이틀로 들어갔던 노래 중에서 히트 안 된 게 한 곡도 없을” 정도로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그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잘 모른다. 대중에게 송창식은 그저 ‘특이한’ 가수에 더 가깝다.

〈송창식에서 일주일을〉은 우연히 송창식에게 빠져든 젊은 소설가가 송창식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록한 책이다. 자신도 아직 송창식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개 그를 노래 잘하는 괴짜 정도로 여기”는 세간의 평가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송창식의 전 생애를 다루는 평전은 아니지만 사소할 수 있는 삶의 부분부터 음악적인 부분까지 심도 있게 다룬다. ‘괴짜 송창식’이 아니라 ‘진짜 거장 송창식’의 이야기다.

〈송창식에서 일주일을〉에서 송창식은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이 어떤 계기로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고, 서양 고전음악부터 국악까지 아우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많은 공부를 했는지 그 자신

〈송창식에서
일주일을〉
박재현 지음
가쎄 펴냄
감의 배경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가 “내 음악은 장르가 없는 거예요. 그 속에 재즈도 있고, 뽕짝도 있고, 클래식도 있고. 그러니깐 새로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요”라고 말할 때 설득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음악을 향한 영원한 구도자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아하는 송창식의 앨범인 〈’83 송창식〉을 듣는다. 구성진 리듬과 선율을 가진 트로트 형식의 노래가 있고, 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도 있다. ‘우리는’은 세상 제일가는 연가라 할 만하고, 서정주의 시를 노래로 만든 ‘푸르른 날에’의 극적인 구성은 시의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송창식에서 일주일을’ 지낼 수만 있다면 이 위대한 음악가의 굉장한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소설가 박재현은 오로지 ‘송창식 칼럼니스트’로 기억되고 싶다며 이 책을 ‘송창식 안내서’라 소개했다. 책의 내용은 송창식의 음악만큼이나 깊다.

기자명 김학선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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