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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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8일. 하늘로 오른 지 363일 만에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한규협·최정명이 땅으로 내려왔다. 서울시청 광장 옆 국가인권위원회(이전하기 전) 건물 광고탑 위였다. 몸 가릴 것 하나 없는 허공에서 1년을 보내야 했다. 새들도 둥지를 틀지 않는 곳, 붙잡을 것 하나 없는 곳에서 눈·비·강풍을 맞으며 1년을 버틴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1100만 비정규직의 삶이 그토록 가팔랐다. 인권을 지켜줘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는 고공 농성 도중 재빨리 도망 이사를 가버렸다. 용역 깡패들에게 막혀 밥 한술 올라가지 못한 날도 많았다. 죽지 못해 내려온 날, 경찰은 승냥이 떼처럼 애초 약속을 깨고 강제 연행을 하려 했다. 눈물 없이는 견딜 수 없던 날, 분노 없이는 견딜 수 없던 날. 남겨진 한 장의 사진.

기자명 송경동(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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