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내전을 대체하는 제도다. 총칼로 싸우지 않고 대표를 보내 말로 싸우는 제도가 의회다. 정치학계의 석학 아담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란 우리가 서로 죽이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체제다”라고 했다. 말은 경쟁자를 직접 죽일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무기다.
192시간. 지난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9일 동안 진행된 테러방지법 의사진행 방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우리 세대가 지켜본 가장 끈질긴 말의 투쟁이었다. 의회에 남은 내전의 흔적과도 같았던 몸싸움과 물리력은 결정적으로 사라졌다. 내전에서 의회로, 우리는 이 놀라운 192시간 동안 또 한 걸음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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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전자 안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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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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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간데없고 유령만 날아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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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기자
2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유령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민이지만 시민이 아닌 이들이, 시위지만 시위가 아닌 퍼포먼스를 했다. 실제 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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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들’이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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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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