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유령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민이지만 시민이 아닌 이들이, 시위지만 시위가 아닌 퍼포먼스를 했다. 실제 시민이 아닌 홀로그램 속의 유령 시민들이 “평화 시위 보장하라” “집회의 자유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허공을 행진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한 이 홀로그램 시위는 세계에서 두 번째였다(그 전 시위는 스페인에서 있었던 ‘홀로그램 포 프리덤’).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20세기, 아니 19세기로 후퇴시키자 시민들은 22세기 시위 방식을 미리 가져와 저항했다. 교통 불편 등의 이유로 신고 집회의 80% 이상을 금지하고 물대포 사용량을 전년 대비 6배나 늘렸던 경찰은 관련 법규를 찾지 못했다며 유령 시민의 외침은 제지하지 않았다.
-
우리 유전자 안의 촛불
우리 유전자 안의 촛불
김애란(소설가)
늦가을, 집회가 끝난 새벽 광장에 뒹구는 은행잎을 보았다. 푸른 잎이 노랗게 변한 모습이 어쩐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노랑이 우리와 함께 해주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했다. 우...
-
끈질겼던 말의 투쟁
끈질겼던 말의 투쟁
천관율 기자
의회는 내전을 대체하는 제도다. 총칼로 싸우지 않고 대표를 보내 말로 싸우는 제도가 의회다. 정치학계의 석학 아담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란 우리가 서로 죽이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체...
-
소녀상은 용서를, 하고, 싶다
소녀상은 용서를, 하고, 싶다
송지혜 기자
소녀는 순간 할머니로 변했다. 할머니가 겪은 것을 아이들만은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깨뜨렸다. 용서를 하고 싶다고. 용서란, 진실한 사과의 말을 들을 때에야 비...
-
정부가 살해한 ‘우리의 소원’
정부가 살해한 ‘우리의 소원’
남문희 기자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와 추방으로 야반도주하듯 쫓겨난 개성공단 기업들의 트럭 행렬이 벼랑 끝에 선 남북관계를 상징한다. 개성공단은 125개 입주 기업의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었다.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