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갤럭시 노트7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생각했다. 미쳤네, 이렇게 잘 만드는 건 반칙이다. 다 해먹겠다는 건가. 얼마 후, 내 생각은 이상한 방향으로 들어맞았다. 펑! 펑! 그렇게 만드는 건 진짜 반칙이었고, 갤럭시 노트7은 진짜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기사는 당황한 여러분을 위해 뻔한 스마트폰을 나열해보는 뻔한 기사.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IT 제품 리뷰 세계에 별종이 등장했다. 구체적인 벤치마크 숫자 대신 취향을 내세우고, 객관적인 비교 대신 주관적인 ‘인상평’을 앞세운다. 최신 테크(과학기술) 관련 이슈만 다루는 줄 알았더니 술이나 패션 같은 라이프스타일까지 리뷰한다. 정체가 뭔지 궁금할 무렵, 사이트 대문에 걸린 한마디가 눈에 들어온다.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올 6월 문을 연 IT·라이프스타일 전문 리뷰 사이트 ‘디에디트(the-edit.co.kr)’의 슬로건이다. 리뷰를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글과 사진이 말을 건다. “어서 와, 이렇게 계속 읽고 싶은 리뷰는 처음이지?”

‘디에디트’를 운영하는 하경화(32·오른쪽)·이혜민(30)씨는 각각 ‘에디터 H’ ‘에디터 M’이라는 이름으로 리뷰 전면에 등장한다. 디에디트를 처음 기획한 하경화씨는 ‘개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라고 말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블로그 리뷰보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SNS상의 유명인)의 한마디를 더 믿는 시대다. 처음 디에디트를 만들 때부터 주관과 취향을 숨기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글에는 ‘나’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시사IN 이명익

‘여성 화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디에디트의 새로운 실험이다. 흔히 ‘여성은 기계에 약하다’고 오해한다. 편견이 공고해진 것은 그만큼 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여성 화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여성의 시선이라는 걸 강조한 디에디트는 리뷰 스타일에도 여성성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이 화자로 전면에 나서는 스토리텔링이 전달력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올여름 등장한 신생 뉴미디어지만, 두 에디터의 내공은 만만치 않다. 하경화씨는 IT 전문 매체에서 4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디에디트를 꾸렸다. 이혜민씨 역시 패션지 어시스턴트부터 IT 전문 매체까지 미디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디에디트에 합류했다.

뉴미디어지만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글의 힘을 믿는다. 아무리 길어도, 재미있는 글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는다. 관계망을 쌓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세련된 비주얼과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본 철학으로 ‘올드미디어’의 원리 원칙을 유지한다. ‘아재의 세계’였던 테크 리뷰 분야에 디에디트가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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