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김씨는 양도세가 면제되는 10월쯤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길까 진지하게 고민한다. 3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올라 그동안 대출이자로 나간 금융 비용을 상쇄해도 김씨의 ‘아파트 투자’는 손해가 아니다. 게다가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인 것 같아 대출 낀 집을 계속 갖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세로 옮긴 뒤 돈을 모아 나중에 집을 다시 사는 게 낫지 않겠나 싶은 판단이다. 그러나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 날뛰는 상황이 온다면 김씨는 집을 다시 마련할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선뜻 결심을 굳히지 못한다.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김씨 같은 고민을 하는 이가 많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금리 시대 이자테크의 제1원칙은 물론 대출금을 줄이는 것이다. 자기 소득에 비해 대출 규모가 적정한지를 따진 뒤 상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총부채는 전체 소득의 36%, 주택 관련 부채는 28%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과서적 원칙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수도권에서 집을 산 사람 대다수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기간별로 이자율과 세율 등 주택 유지비용을 감안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무리한 대출을 받은 사람일수록 집을 팔아 대출금부터 갚는 것이 낫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3년 전처럼 한국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집값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집값이 몇 달 만에 20~30%씩 올라가는 상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 규제가 완화되고 거래가 활성화해 급매물이 빠지면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역에 따른 가격 차별화 현상은 더 깊어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 집값이 올라도 대출 이자율보다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만 놓고 보면 대출이자를 물면서 집을 보유하는 것이 별로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막연한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이자를 계속해서 부담하는 것은 위험천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주택자는 웬만하면 보유하라
그러나 고 팀장 말대로 지역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더 심해진다면, 어느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 최근 몇 달 새 강남 집값이 빠지고 강북 집값이 오르면서 강남·북 격차가 좁혀졌지만,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 고 팀장의 분석이다. 규제 완화로 급매물이 빠진 뒤 상승 탄력이 붙게 된다면 강북 아파트보다는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를 여지가 더 많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안 팀장은 “규제가 풀린다 해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집값이 2~3년 전처럼 펄펄 날기는 어렵고 금리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안 팀장은 집이 한 채인 경우에는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출이자가 아무리 많아졌다고 해도 소득 범위 내에서 갚아나갈 수 있다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아파트 한 채쯤은 보유하는 게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안 팀장은 “지금은 시장이 침체돼 있어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집을 팔려면 다만 얼마라도 낮춰 내놓아야 팔 수 있다. 대출금이 지나치게 많아 어렵다면 가격이 좀더 싼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평수를 줄여서라도 한 채 정도는 보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 아파트는 오를 만큼 올랐다?
안명숙 팀장 역시 지역에 따른 가격 차별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그는 “한때는 강남·북 집 값 격차가 4배까지 났지만, 지금은 2.6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강북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본다. 입지나 환경을 놓고 보면 강남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에 비해 여전히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기가 오면 강남 집값의 상승률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보유한 집을 처분하지 않고 대출이자 부담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단 1%라도 줄여보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형 상품이나 금리상한부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이다. 한은영씨(30)의 경우 2006년 가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총부채 상환비율(DTI) 규제에 걸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출을 갈아탈 경우에는 중도상환 수수료나 다른 불이익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고정금리 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9%까지 오른 은행도 있어 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e모기지론 대상자가 된다면 고정금리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e모기지론의 경우 고정금리가 7%대다. 대신 e모기지론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단기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대출자라면 ‘금리상한 주택담보대출’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금리상한대출이란 양도성 예금증서(CD)의 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제한하고, 시중금리가 내려갈 때는 동반 하락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금리 상승에 대한 위험부담을 제거한 대신 옵션 프리미엄이라는 일종의 추가 금리를 대출금리에 합산한다. 옵션 수수료가 0.7~1%가량 붙지만 대출금리가 뛰기 시작하면 0.5~1%포인트 오르는 것은 한순간이어서 새로 대출받는 사람은 이 상품에 주목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은행과 담판을 벌여 이자율을 할인받을 수도 있다. 은행 영업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금리 협상을 벌이면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금리도 금융 상품의 일종인 만큼 시장에서 물건 값 깎듯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윤 하나은행 목동지점장은 “은행과 담판을 잘 하면 대출이자도 깎을 수 있다.
은행마다 적용하는 가산 금리는 시장 상황이나 은행 방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협상 여지가 있다. 대출받을 당시보다 신용이 높아졌다면 재협상해볼 여지가 있고, 다른 은행으로 옮겨 가겠다고 하면 옮겨 타지 않을 만큼 깎아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과거 대출을 받았을 때 책정된 은행 마진이 현재보다 높았다면 이를 근거로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마진을 적용해 금리를 조정해달라고 은행에 요구할 수도 있다. 은행과의 담판은, 경우에 따라 최고 0.5~0.6%포인트 금리 할인이라는 ‘전리품’을 안겨준다.
적립식 펀드는 환매하지 마라
있는 돈을 불리려는 사람도 금리 추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모두 시원찮은 요즘 같은 때에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므로 수익률을 단 1%라도 더 올리는 방법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미 잘 짜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성급하게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금리가 올라가고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펀드를 해약하고 적금이나 예금 상품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꽤 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경우라면 환매 유혹에 빠지지 말고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권유한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여서 은행 적금을 넣어봤자 수익률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