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에게 2014년은 참 이상한 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그룹을 대표하는 ‘센터’의 열애설이 터졌다. 연예계에서는 스타의 사생활이 곧 특종이다. 연예인을 집요하게 뒤쫓는 것으로 유명한 한 매체가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삽시간에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가 요동쳤다. 이를 시작으로 멤버들의 열애설 보도는 계속됐다.

일도 꼬였다. 그해 소녀시대는 정규 5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이후 약 1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을 앞두고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던 때였다. 그런 예민한 시기에 소속사는 앨범 발매와 활동 시기를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뮤직비디오 데이터가 파손됐다는 이유에서다. 뮤직비디오가 제때 안 나온다는 건, ‘뮤직비디오 티저→뮤직비디오→음원 공개’를 거쳐 무대를 선보이는 일반적인 컴백 스케줄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신생 회사도 저지르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이우일 그림

그해 데뷔 7년차를 맞은 소녀시대와 팬들에게 벌어진 일들은 가혹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한 멤버가 회사와 나머지 멤버 8명에게 일방적으로 퇴출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피해자라 주장하는 멤버와 소속사 간의 진실 공방이 지루하게 오갔다. ‘우린 하나’라던 멤버들의 말은 공허해지고, 팬들의 믿음도 모두 깨진 것처럼 보였다.

소녀시대는 데뷔 이래 내내 정상의 자리에 있는 걸그룹이었다. 가장 앞에서 관심과 공격을 감내해야 했다. 팬의 입에서 ‘버티기가 힘들다’거나 ‘너무 괴롭다’는 호소가 터져 나온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팬들을 다독이고 설득해야 하는 건 소녀시대의 몫이었다.

‘우린 7년 동안 지켜온 소녀시대를 계속 이끌고 가려 해요’

반전할 기회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2014년 12월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는 ‘여덟 명의 소녀시대’로 처음 무대에 선 날이었다. 소녀시대 시즌 2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인 셈이다. 5만 석에 달하는 규모만큼 상징성도 큰 도쿄돔 공연은 일본 가수도 쉽게 열지 못한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요상했던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기념 같은 공연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녀시대는 완성도 높은 무대로 그들의 굳건함을 증명해 보였다. 아홉 명에서 여덟 명이 되면서 대부분 곡의 파트와 동선이 달라졌음에도 흐트러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우린 7년 동안 지켜온 소녀시대를 계속 이끌고 가려 해요. 함께해주실래요?’ 이날 공연은 팬들에게 첫손가락에 꼽히는 공연으로 기억되었다.

이날 소녀시대가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무대가 ‘쇼걸스(Show Girls)’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노래는 누구에게나 그 존재가 드러나 있는 그들의 위치(Show Girls)를 보여주는 곡이다. 1년 내내 바람 잘 날 없었던 그들의 곤란한 사정은 무대 위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나리오 같은 건 어디에도 없어. 운명 같은 건 누구에게도 없어” “고개 숙이고 있어도 바뀌지 않아. 기회는 길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속상함은 의욕의 베스트 프렌드”. ‘쇼걸스’의 가사처럼 여덟 명의 소녀는 그 한 해 자신들이 겪었던 곤란함이란, 마치 인생의 긴 드라마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 불과하다는 양 그저 신나게 노래했다.

27곡의 빈틈없는 무대가 끝나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였다. 닥쳐올 시련보다 희망찬 미래를 꿈꿨던 처음을 되새기면서, 여덟 명의 소녀시대가 새롭게 만들어갈 세계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내내 밝은 모습이던 그들은 이 곡을 부르며 울컥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부른 ‘출발’의 노래에서, 이들은 다시 한번 분명히 말했다.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기자명 중림로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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