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지키는 싸움에 나섰지만, 보급로가 끊겼다. 성 밖에서 야유와 회유가 동시에 쏟아진다. 장수는 여전히 성문을 걸어 잠근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배경으로 장수 자리에 오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문제적 인물’이다.
이정현 대표의 ‘박근혜 지키기’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 지지율 4%, 정당 지지율 12%(11월25일 갤럽 조사)라면 버티기 노선을 수정하는 것이 맞다. 정치권 문법으로 보면 이정현 대표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합리적·관행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11월24일 최고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빗대며 “예수 팔아먹은 유다가 되어달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당 대표가 취해야 할 협상과 조정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언행을 비합리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머슴’에 빗댔다. 공당의 대표가 아닌, 박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머슴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의 정치 이력과 관계가 깊다.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등장과 함께 중앙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17대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을 지냈고,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박 대통령의 배려였다. 이 같은 배려에 그는 보은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줄곧 ‘박근혜의 입’을 자처했다. 맹목적인 충성은 계급장의 수직 상승을 가져왔다. 청와대 홍보수석·대변인·정무수석을 거쳐 전당대회에서 당의 정점에 올랐다. 새누리당의 전신 민정당 당직자에서 17계단을 올라 당 대표가 된 이 대표의 전사(前史)에서 정치인 박근혜의 이름은 곧 ‘주군’과 다름없었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권에서 수읽기를 거듭해온 이정현 대표가 충성심만으로 순장조를 자청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의 선택도 나름 합리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든다.
먼저 이 대표가 쥐고 있는 당권은 친박계에 마지막으로 남은 ‘조타기’이다. 어찌됐든 조타기를 쥐고 있어야 당의 공식 항로를 결정할 수 있다. 훗날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더라도 당권을 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목적지는 판이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가 둘 수 있는 ‘수’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당권은 마지막 수단이다.
버티는 것 자체가 정치인 이정현의 다음 ‘살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에서 이 대표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새누리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호남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수명을 다한 후에도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호남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고작 1%인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외침은 지역구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호남에서 여당 국회의원 이정현은 다른 자산, 다른 타이틀을 찾아야만 한다.
당권은 친박계에 마지막으로 남은 ‘조타기’
대체할 만한 지지 기반은 결국 보수층이다. 대통령을 지킨다는, 신의를 버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끝내 박근혜 대통령이 무너지더라도, 보수 핵심층에서 이정현 대표의 존재감을 남긴다면 정치인 이정현의 살길이 주어진다. 이 순간부터 이 대표는 ‘호남에서 보수 정당 깃발을 꽂은 인물’이 아니라 ‘보수의 깃발을 마지막까지 붙잡은 인물’이 된다.
이 손익계산서대로라면, 이정현 대표는 친박계 전체나 개인의 정치 항로를 놓고 보더라도 당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핵심 보수층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길게 보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새누리당을 칭칭 감고 있는 실타래가 풀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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