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기는 나의 힘
  • 차형석 기자
  • 호수 480
  • 승인 2016.11.2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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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은 시민과 소통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손꼽힌다. SNS를 통해 정책을 제안받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다. 최근 그는 지지율 10%를 넘어서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최근 눈에 띄게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대선 예비주자가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여론조사에서 10%를 넘어서며 야권 내 ‘빅3’ 후보로 발돋움했다.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전하는 <시사IN> 인터뷰 쇼의 네 번째 인터뷰이로 이재명 시장이 나섰다. 최근 정국부터 대선에 대한 전망까지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11월16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내 인생의 사진’을 소개해달라.


첫 번째 사진은 좀 사라지길 바라는데…(관객 웃음). 2004년 성남시내에 있던 종합병원 두 개가 문을 닫아 공공의료원을 설립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공공의료원 설립 주민발의조례를 1년 동안 준비했다. 그런데 시의회에서 의원들이 47초 만에 부결시키고 도망갔다. 열받아 죽겠더라. 방청객들은 회의장을 점거했다. 그때 지역신문에 나온 사진이다. 이 사건이 있고서 정치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시장이 되어서 시립병원 만들자고. 그 병원이 내년 말에 완공된다(관객 박수). 두 번째는 6월에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반대하며 광화문에서 단식할 때다. 지역 이기주의 아니냐 하는데, 1인당 예산은 성남이 대구보다 적다. 찾아보시라. 한국에서 지방자치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자치를 불편해한다. 결국 민주주의 문제다. 세 번째는 ‘손가락 혁명군 소집일’ 사진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으로 전국에서 지지자 3000명이 모였다.

ⓒ성남시 제공이재명 성남시장이 꼽은 ‘내 인생의 사진’.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조례안 제정이 좌절된 후, 광화문 단식 중, ‘손가락 혁명군 소집일’ 때(오른쪽부터 시계 방향).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이건 ‘박근혜·새누리 게이트’다. 국민으로부터 공화국 통치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그것을 내동댕이쳤다. 나쁘고 무능한 것을 견뎌왔는데, 허깨비 대통령을 조종하는 사람이 따로 있더라. 새누리당은 박정희 향수를 이용해 집권하려고 아바타를 데려왔다. 그 밑에서 권력을 다 누렸다. 그래놓고 지금은 관계없는 척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몸통이다.

박 대통령 하야나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데?


청와대가 차라리 탄핵하라는 말을 하던데, 사고 치고 잡힌 사람이 ‘때려봐 때려봐’ 하는 것과 같다. 그럴 때는 때려야 한다. 탄핵하면 동정심 유발되어 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이럴 때는 법과 상식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계산하지 말고 판단하면 된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든 가결되든 효과가 있다. 새누리당이 반대해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쓰나미에 쓸려갈 것이다. 일부 찬성하고 일부 반대하면 새누리당 쪼개진다. 그것도 책임을 묻는 방법이다. 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기각되면 역풍은 헌재에 불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그렇게 판결하지 못한다. 그런 판결을 하면 대표적 나쁜 사례로 남을 것이다. 탄핵은 순풍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실제로 탄핵이 되려면 6개월 정도 걸릴 텐데, 그 기간이면 보수 세력이 반격을 해오지 않을까?(방청객 질문)

국민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것인가. 혁명적 변화가 시작되는데 핵심은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다. ‘이재명이 탄핵하자는 것은 대통령이 하야해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면 불리하니까 그런 주장을 하는 거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이 있던데 제가 늘 하는 말이 ‘계산하지 말고 판단하고 행동하라’이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저는 SNS 등을 통해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본다. 정치 동원의 대상이었던 국민과 소통하고 연대한다. 저는 국민들 뜻을 대변하는 대리인이다. 주인 말 잘 듣는 머슴이 예쁜 것이다.

ⓒ시사IN 윤무영성남시는 빚 4000억원을 갚으며 시정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재명 시장(가운데)은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고 빈말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SNS 하면서 불쾌한 경우는 없나?


있다. 그런데 다 차단해버리니까(관객 웃음). 공론의 장에 들어올 사람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어야지, 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들어올 자격이 없다. SNS로 종북몰이도 당해봤는데, 정면 돌파했다. 허위에 기초한 음해 공격은 맞서 깼다. 방어·공격 무기가 SNS다. 주류 언론은 안 써주니까.

성남 시정에 대해 자평하자면?


첫째,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고 약속을 잘 지켰다. 나는 빈말 안 한다. 해마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 공약이행률을 꼽는데 전국 톱이다. 두 번째는 실제로 시정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성남시 빚 4000억원을 갚았다. 그 후 다른 도시가 하지 않는 복지정책을 했다. 그런데 빚 갚고 복지정책 하니까 정부에서 막더라. 나 같은 비주류 아웃사이더에게는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다. 그 위기를  활용했다. 세 번째는 시민과 가깝게 소통한 것이다. 정책을 결정할 때 SNS, 기사 댓글을 참고한다. 거기에 정말 아이디어가 많다. 성남의 독특한 정책은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어린 시절에 대해 들려달라.


초등학교 졸업하고 학교 갈 형편이 안 되어 성남 공장에 취직했다. 6년간 공장 생활을 했다. 공장에서 시너 작업을 했다. 그래서 후각 60%를 상실했다. 여러분은 제 옆에서 방귀를 많이 껴도 된다(관객 웃음).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는 팔을 다쳐서 지금도 차렷 자세가 안 된다. 난청도 좀 있다. 목소리가 큰 이유다. 검정고시를 통해 중앙대 법대를 갔다. 전두환 정권 때 본고사 폐지하고 학력고사 점수 잘 나오면 대학에서 돈을 주었다. 전두환 덕에 대학 갔다. 등록금 면제에 한 달에 20만원씩 받았다. 월급으로 7만~8만원 받을 때였다. 대학에 가서야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되었다. 공평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결국 이 길로 왔다.

ⓒ시사IN 윤무영이재명 시장은 최근 정국부터 대선에 대한 전망까지 거침없는 답변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존경하는 인물은?


어릴 때부터 김구를 좋아했다. 선 굵게 한길로 쭉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분의 살아가는 방식이 좋았다. 요즘 연구를 해보니 루스벨트가 마음에 든다. 그는 처음으로 사회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실업자에게 일거리를 주었고, 노동자 지원 법률을 만들었다. 미국의 50년 호황의 기초를 루스벨트가 만들었다.

김구 선생은 원래 좋아했던 것 같고, 루스벨트는 대선용인 것 같다(웃음).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웃음).

이재명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상식적인 세상이다. 우리가 헌법으로 합의한 게 있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평화롭고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모든 자원·기회·권력이 특정 소수에게 독점되었기 때문이다. 자원과 기회가 평등하게 배분되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국민이 준 권한과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잘 쓰기만 해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친일 잔재·부역자, 군사 쿠데타 세력 등을 청산하고 기득권을 제한해야 한다. 그런 정책들은 이미 다 나와 있다. 행동이 문제다. 용기와 결단이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대답해야 합니까?(웃음) 좋은 분이다. 경륜 있고, 역량 있는 훌륭한 분이다. 리더십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다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에는 세종 같은 성군형보다는, 태종 같은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역사적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국민이 변방의 리더십을 원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기문 총장은 대선 출마를 못할 것 같다. 출마를 해도 대중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1번 당’이 경력 좋은 사람 데려오면 찍었지만, 지금은 정치 주체가 바뀌고 있다. 네트워크 정보화가 한국이 최강이다. 사람들이 실리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저성장 사회로, 사람들이 모든 선택에서 내 삶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유명하다고 찍지 않는다. 저 사람이 진짜 할 수 있을까, 실적과 증거가 필요하다. 알맹이 있는 사람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시장이 중도 표심을 잡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중도 확장론이다. 이재명식 과격한 표현으로 어떻게 중도를 설득하느냐고 우려한다.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세상을 진보와 보수로 나눌 때 중도는 없다. 중간쯤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은 결국 이해타산에 달려 있다. 나는 노동자부터 구해야 한다고 보는데, 만약 야당이 노동자와 기업 사이에서 기업 쪽으로 살짝 이동했다고 쳐보자. 그러면 계산 빠른 사람은 야당이 겉으로만 그런다면서 정체성이 확실치 않다고 보아 믿지 않을 것이다. 보수 진영은 진보에게는 중도로 가라고 하는데, 보수는 스스로 중도로 가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렁텅이에 빠트리려는 것이다. 중간쯤에 있는 사람을 설득하려면, 정말 이익이 된다고 증거를 보여주면 된다. 분당에서 내가 이겼다. 이들이 보기에 행정을 깨끗이 하고 혜택도 느는 것 같으니까 지지율이 높아졌다. 자기 입장을 확고히 정하고 그 정책 내용이 국민 다수에게 이익이 되고 그 증거를 제시하면 믿음이 생긴다. 그러면 중간쯤 있는 사람이 우리를 지지한다. 저는 계속 이쪽으로 나갈 것이다.

샌더스의 길, 트럼프의 길이 있다. 이재명 시장의 길은 어디에 가까운가?

정치 입문 전까지 두 사람의 길은 완전히 달랐다. 정치적 지향과 이념도 다르다. 그런데 정치에 입문한 이후의 길은 거의 비슷하다. 트럼프는 보수 공화당을 집어삼켰고, 샌더스는 민주당을 먹을 뻔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치 기득권자와 맞서고 당을 장악해가는 과정에서 미국 국민들이 쾌감을 느낀 것 같다. 트럼프도 기득권자는 맞는데 정치 기득권자는 아니었다. 대중과 직접 소통을 하고 대중의 의사와 요구를 묶어낸 것. 우리도 내년 선거에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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