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불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보니, 북한군의 기습이나 이른바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으로 청와대에 붉은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거나, JTBC 아침 뉴스에 전방부대의 한 장교가 나와 “모든 관공서와 언론기관을 우리가 점령했는데, 시민 여러분은 생업에나 골몰하시라”고 떠들어댄다면?


ⓒ시사IN 양한모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을 ‘지배’하기 위한 권력은, 적어도 ‘다수에 의한 공적 결정(예컨대 선거)’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구성에 참여한 권력의 지배만 용납할 뿐이다. ‘내’가 선출한 권력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그 돈의 사용까지 위탁한다. 심지어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만약 특정 개인이나 무장 집단(북한이나 군부) 혹은 계급(예컨대 프롤레타리아트)이 시민 대다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싸워야 한다.

현대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80년 5월의 광주항쟁이다. 일베 같은 패륜 집단이나 극우파들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광주 시민들이 무장했다는 이유로 ‘폭동’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무장은 너무나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의 무장은, 12·12 사태라는 불법적 폭동으로 권력을 찬탈한 국가 반역 집단을 진압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11월3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나라를 망친 대역 죄인처럼 매도당하고 있다”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빨갱이 나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치단결하자”라며, 이 정당의 특기인 색깔 공세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국가관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정체불명의 개인에게 넘겨 천문학적 규모의 공공 자산까지 갈취하도록 허용한 박근혜(차마 ‘대통령’이란 호칭을 붙이지 못하겠다)의 행위가 어떻게 반역과 무관하다는 말인가? 박근혜의 상태를 전혀 몰랐을 리 만무한 새누리당 역시 반역 행위에 가담한 것과 다름없다. 나는 최순실씨에게 나에 대한 지배를 허용한 적이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김정일에게 NLL을 넘기려 한’ 사실상의 간첩으로 몰고 가는 작태를 보면서 ‘너희를 경멸한다’는 제목의 글을 이 지면(프리스타일)에 썼다. 다시 확인하건대, ‘너희’는 경멸당해 마땅한 집단이다. 너희들이 반역자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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