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사갈게요^^ A+ 주세요!! 꼭이에요~.’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교수님, 이것이 진정 깨끗한 이화의 모습입니까?’ 10월13일 저녁 6시 서울 이화여대 포스코관의 한 강의실에 손글씨 포스터가 붙었다. 강의실 안에서는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남궁곤 입학처장의 수업이 있었다. 같은 날 터져 나온 언론 보도를 학생들이 비판한 내용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 아무개씨가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입학 전형을 치르던 2014년 10월, 남궁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평가 담당 교수에게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입학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10월11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당시 입시 평가에 참여한 일원이라 밝힌 한 교수는 “입시생 중 정양이 특이하게 금메달과 선수복을 지참했음. 처장의 발언이 영향 없었다고는 말 못함”이라고 남겼다.

ⓒ시사IN 조남진최순실씨의 딸 정 아무개씨는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부문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정씨는 2014년 9월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수시 서류 제출 마감일인 9월16일 이후였다. 해당 사항이 서류에 반영되지 않자, 면접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남궁 입학처장은 〈시사IN〉 기자와 만나 “서류 평가할 때는 시기상 아시안게임 성적이 반영되지 않았고, 해당 전형 취지에 이를 반영하는 건 당연하다고 봤다. 그래서 평가 교수들에게 ‘메달리스트가 3명 있는데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다만 점수는 알아서 주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정씨는 입학 과정뿐만 아니라 재학 과정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화여대에서 제출받아 10월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올해 1학기 ‘운동생리학’ 수업에 불참한다는 공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이는 이화여대 학사관리 내규지침에 반한다. 또 ‘코칭론’ 수업에 제출한 맞춤법이 틀린 정씨의 리포트에 대해서도 담당 교수는 “네, 잘하셨네요”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썼다.

10월14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10월17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명 김은지·주진우·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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