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감독이 청와대로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업무 보고를 했다.” 〈시사IN〉이 복수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출신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함께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논란의 한 축으로 지목된 차은택씨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 직접 박 대통령 앞에서 업무 보고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또한 차은택씨의 해명과도 어긋난다.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지만 차씨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10월4일 〈매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대통령과 한 번도 독대한 적이 없고, 몇 번 행사 때 먼발치에서 뵌 것이 전부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2014년 8월27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옆에 서 있는 차은택 CF 감독(왼쪽).
하지만 문체부 출신 고위 관계자들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문체부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차은택 감독이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한 때가 2014년 10월에서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2014년 10월에서 두 달이 지난 때라고 기억하는 건 ‘2015 밀라노 엑스포’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서 문체부로 바뀐 때와 관련된다. 이 관계자는 “밀라노 엑스포 총감독 역할을 했던 차은택씨가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 김상률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 배석하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김종덕 장관은 차 감독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지도교수였고, 김상률 수석은 차 감독의 외삼촌이다.

당시 차 감독에게 밀라노 엑스포 관련 공식 직함이 없었다. 10월4일 문체부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차 감독은) 계약도 안 돼 있고 재능기부로 이뤄져 누구도 임명한 적이 없다. 총감독이라는 명칭을 썼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총감독으로 임명한 사람도 없다”라고 말했다. 2014년 8월 차 감독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의 민간위원을 맡기는 했다.

2015 밀라노 엑스포는 박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었다. 문체부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꽂힌 사업에는 실무자급으로 공부를 하는 꼼꼼한 박 대통령이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하고 산자부가 이끈 밀라노 엑스포 준비에 몇 차례 불만을 표했다”라고 말했다. 음식이 주제인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식의 특징을 알리는 데 산자부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질책한 것이다.

이 관계자 말대로 원래 2015 밀라노 엑스포는 2011년 참가가 결정된 때부터 산자부 산하 코트라가 주관한 사업이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도 코트라가 주무 부서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한 뒤 엑스포 개막을 6개월 앞둔 2014년 10월 주무 부처가 산자부에서 문체부로 바뀌었다. 실무 부서도 산자부 산하 코트라에서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로 바뀌었다. 당시 넉 달 전에 이미 선정된 전시 총괄 담당자도 교체되어 차은택 감독이 맡았다.

갑작스러운 담당자 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지했다. 실무 부서가 된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대형 로펌 두 군데에 법률 자문을 했다. 업무 이관에 따른 하도급 업체 교체에 대한 문의였다.

시공테크는 2014년 3월12일 밀라노 엑스포 전시·영상, 운영·홍보 용역 업무에 선정됐다. 산자부로부터 수주해 관련 일을 진행했다. 2014년 6월 시공테크는 전시 총감독으로 ㅁ교수를 뽑았다. 그해 8월에는 시공테크와 ㅁ교수 사이에 21억원 계약을 체결해 선급금으로 5억원이 집행된 상태였다. 산자부에서 문체부로 업무 공식 이전은 2014년 10월31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업무 이관이 확정되기 이틀 전인 10월29일 두 대형 로펌에 법률 조언을 구했다. 시공테크 계약 해지와 시공테크와 ㅁ교수의 계약 해지에 따른 법률문제를 검토했다. 두 로펌의 대답은 같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시공테크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 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는 시공테크와 ㅁ교수 간에 체결된 계약을 일방 파기할 권리가 없고, 시공테크도 응할 의무가 없다.”

시공테크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시공테크는 10월28일 당시까지 주무 부서였던 코트라에 공문을 보냈다. “10월14일 정식 체결하기로 한 합의를 명백한 사유 없이 보류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소관 부처 변경설 등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운위되고 있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

한국관광공사는 결국 시공테크와 계약을 그대로 유지했다. 차은택 감독이 맡기 전 총괄감독으로 선정되었던 ㅁ교수만 정리되었다. 이에 대해 ㅁ교수는 〈시사IN〉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안하고 싶다. 이해해달라”라고만 말했다. 시공테크에서 밀라노 엑스포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발주처가 바뀌면서 내용이 다 바뀌어서 ㅁ교수의 내용이 큰 의미가 없어져서, 내부 순위 2위였던 차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김종덕 장관이 차 감독을 데리고 왔다”라고 〈시사IN〉에 말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국회 증언대로 당시 차 감독은 공식 직책도 없고, 계약서도 따로 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실상 차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형국이었다. 차 감독이 준비해간 보고서는 박 대통령의 마음에 크게 들었다고 한다. 문체부 출신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바로 내가 원했던 게 이거다’라는 칭찬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사업이 문체부로 옮겨지고 차 감독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예산도 늘었다. 산자부가 맡았던 때에 비해 115억원이 늘어난 330억원으로 문체부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관련 지출 정산보고서는 아직까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차은택의, 차은택에 의한, 차은택을 위한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5 밀라노 엑스포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와 경제적 가치 보고서’에서 “경제효과가 5040억원에 달한다”라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 자료는 차 감독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문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고위 관계자는 “그때 ‘차은택이 봐주면 (윗선에) 통과된다’는 소문이 막 돌았다. 문체부에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다들 차은택에게 들고 갔다. 차은택도 거절을 안 하고 다 봐주다 보니 그에게 일이 너무 몰려서 안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차 감독은 밀라노 엑스포 총감독에 이어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도 맡았다.

〈시사IN〉은 차은택 감독, 김종덕 전 장관, 김종률 전 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하고 문자를 남겼다. 그들은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받지 않았다.

기자명 김은지·주진우·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