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7 사태로 ‘이재용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갤럭시 노트7이 출시되고 난 후 여러 국내 언론이 이를 ‘이재용 체제의 결실’로 보도했다. 발화 사건이 난 뒤 이 부회장은 진화에 나선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9월21일 사장단 회의가 열린 날 이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을 손에 쥔 채 공개적으로 출근했다. 보통은 취재진을 피해 출근했다. 그래서 의도된 언론 노출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 뒤 이 부회장은 침묵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위기관리 리더십에 ‘가시성의 원칙’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 예로 도요타의 렉서스 리콜 사례를 들었다.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가속페달 결함 등 제품 문제로 사망 사고가 일어나 2년에 걸쳐 자동차 수백만 대를 리콜했다. 당시 처음에는 미국 법인 대표가 전면에 나섰으나 나중에는 오너인 도요타 본사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서는 등 ‘가시성’을 늘려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전한 BBC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2012년 BBC의 유명 진행자였던 지미 새빌이 수많은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문제는 BBC의 보도 책임자가 이 사실을 취재한 자체 탐사 보도를 불방시켰다는 점이었다. 창립한 지 85년 만의 최대 위기였다. 김호 대표는 “BBC는 경쟁 방송사의 전임 사장과 판사 출신 인사를 영입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발표하도록 결정했다. 대형 위기에서는 BBC처럼 담대한 내부 조처를 취해야 신뢰를 회복하고 외부의 공격도 줄일 수 있다. 한국 기업에서 이 정도 결정을 내릴 사람은 오너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 부회장은 서울삼성병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직접 수습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