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가운데 ‘와글와글 인터넷’ 코너가 있다.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소식을 담는 지면이다. ‘윗선’의 지시로 이 코너를 전담하게 되면서 황당한 뉴스나 재밌는 댓글이 보이면 휴대전화에 저장해둔다. 모아둔 소재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금요일 마감 날 써먹는다.


8월26일 금요일 ‘와글와글 인터넷’을 쓰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틀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온 삼성 갤럭시 노트7 폭발을 두고서다.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 삼성의 최고가 제품이 저절로 폭발했다는 소식은 믿기 어려웠다. 믿고 싶지 않기도 했다. 나 역시 갤럭시 노트7 예약 구매자 40만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혹여 “기자가 사기꾼에게 놀아났다”는 말을 듣게 될까 봐 한 문장을 넣었다.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이후 사건 전개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을 선언했으나 교환한 제품도 폭발했고, 결국 단종 결정을 내렸다. 갤럭시 노트7을 샀다는 이유로 서비스센터를 전전하고, 반품 신청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했다. 그나마 리콜 기간에 환불받은 게 다행이었다. 갤럭시 노트7 새 제품으로 교환한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번거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나온 언론 기사들은 황당했다. 폭발물 수거를 ‘통 큰 리콜’이라 찬양하고, 삼성전자의 영업 실적 하락을 걱정했다. “엄밀히 말해 ‘폭발’이라 볼 수 없다”라는 배터리 전문가의 인터뷰도 등장했다. 더 이상 삼성을 감싸기 힘든 최근 며칠 동안은 ‘애플 아이폰7도 폭발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 경제지, IT 매체들의 친(親)삼성 기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의 최대 경쟁사 아이폰이 새로 나올 때마다 ‘혁신은 없었다’라고 판정해주는 게 이들이다.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나은 n가지 이유’ 식의 노골적 표제도 간간이 나온다. 그런데 혁신 없는 아이폰은 나올 때마다 판매 대수 신기록을 세워왔다. 무엇보다 아이폰은, 갤럭시 노트7만큼 대량 폭발하지 않는다. 한 매체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한우와 굴비가 비명을 지른다고 쓴 바 있다. 이 와중에도 삼성 찬양 기사를 뽑는 데에 여념이 없는 ‘선배’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삼성 광고비로 사먹는 한우와 굴비는 더 감칠맛이 돌던가요?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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