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다.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가 2년여간 시험문제를 학생에게 돈을 받고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그 학교 학생들은 그가 가장 잘 가르치던 교사였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1학기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기에 학부모들도 교사가 교체되는 것이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줄까 염려했다. 아이들은 건너건너 당사자를 아는 이들에게 “(유출 문제를 받은) 그 언니는 대학 잘 갔대?” 하고 물었고 그 호기심은 어른이라고 예외일 리 없었다. ‘그 언니’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대답이 긍정적이지 않기를 바랐다. 불법을 저질러서 얻는 결과가 징벌을 상회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래도 그 수업을 들어서 좋은 대학에 간다면…” 하고 말한다. 학생들 중 몇몇은 ‘안 걸리면’ 돈 주고 시험지를 사오거나 사올 수 있는 강사를 고용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뛰어난 점수를 인정하기보다 한 번쯤 의심의 눈초리를 던진다.
‘걸리지만 않는다면…’의 유혹
대다수 강사나 부모들은 부정하게 얻은 결과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충고한다. 편법을 사용해 얻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해봐야 대학 교육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아이들을 다독인다. 하지만 솔직히 대학 간판의 힘 때문에 ‘그 언니’의 현재나 미래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운동선수들에게 쥐여진 스테로이드 약물 같다. 약물을 복용해서라도 메달을 따고,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는 메달리스트로 남는다.
대학 입학은 성적으로 갈린다. 원하는 곳을 골라서 갈 수 있는 1등이 아닌 이상, 입시는 모두에게 좌절감을 준다. 똑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시원치 않은 학생들은 ‘타고난 공부머리’가 없다고 자조하고, 자신의 점수에 비해 목표가 너무 높은 학생들은 ‘노력으로는 안 되는 것 같다’고 절망한다. 공부 외의 것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부정과 불법은 이런 학생들의 불안과 답답함에 기댄다. 강사나 학생은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 성적 외의 다른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걸리지 않는다’는 불확실성 하나에 피워보지도 못한 자신의 가능성 전부를 걸 수도 있다. 학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어른들은 불법이 자라날 토양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공동체 규약을 지키는 일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게 된다면 결국은 사회가 더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