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시사IN〉 신뢰도 조사 기사에는 ‘신뢰 붕괴 사회’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 전해 조사와 비교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검찰 등 국가기관의 신뢰도가 일제히 추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해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1.32점)·검찰(-1.38점)·청와대(-1.11점)·경찰(-1.02점) 등의 신뢰도가 낮아졌다(아래 표 참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해 1월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검찰특별수사팀장이 좌천되었다. 2014년 초에는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일명 유우성 사건)이 드러났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정부는 무능했고,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5월과 6월에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 낙마 등 인사 파동이 이어졌다. 2014년 8월 조사에는 이런 사건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당시 〈시사IN〉 신뢰도 조사 관련 기사의 제목은 ‘대통령과 검찰은 신뢰 붕괴의 싱크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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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우병우 수석(왼쪽) 등의 비리 의혹으로 대통령·청와대 등 권력기관 신뢰도가 모두 하락했다.


올해 신뢰도 조사는 2014년 결과와 판박이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조사 대상 모든 국가기관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하락폭(-1.48점)이 가장 컸다. 국가기관의 신뢰도 하락폭은 청와대(-1.23점), 검찰(-0.81점), 경찰(-0.70점), 국세청(-0.60점), 대법원(-0.59점), 감사원(-0.59점), 국정원(-0.50점) 순서다. 응답자가 답한 신뢰도 점수를 평균해보면 박근혜 대통령(3.91점)·청와대(3.62점)·검찰(3.45점)·국정원(3.66점) 등이 특히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5월부터 터져 나온 홍만표·진경준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와 7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아 구속돼 대법원장이 10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까지 추가되었다. 검찰이 ‘셀프 개혁안’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서울서부지검 김 아무개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또다시 터졌다. 2016년은 국가의 사법 신뢰가 총체적으로 떨어진 해로 기록될 듯하다.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추락이 눈에 띈다. 〈시사IN〉은 매년 신뢰도 조사를 하면서 응답자들에게 대상별로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한다. 0점부터 4점까지는 불신, 5점은 보통, 6점부터 10점은 신뢰 구간으로 본다. 집권 1년차였던 2013년 9월 조사 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가 겹쳐 있었다. 당시 신뢰도 평균점은 6.59점.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는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시작했는데, 이 수치는 역대 최고였다. 2013년 9월 조사 당시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60.5%)이 ‘불신한다’는 응답(15.6%)의 4배가량 되었다.

TK에서 대통령 신뢰도 1.39점 하락

그런데 집권 4년차인 올해 조사 결과는, 대통령을 불신한다는 응답(50.8%)이 ‘신뢰한다’는 응답(26.4%)의 두 배가량 되었다. 지난해 조사만 해도 신뢰층(42.8%)이 불신층(32.0%)보다 많았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역전되었다.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말이 무색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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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추이를 연령별·지역별·직업별로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2015년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령별로는 50대(6.27점)·60세 이상(7.59점)에서 6점 이상의 신뢰도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6.34점), 부산·울산·경남(6.10점), 강원·제주(6.06점)에서 신뢰도가 높았고, 직업별로는 농업·임업·어업(7.67점), 가정주부(6.33점), 무직·기타(6.42점) 층에서 신뢰를 얻었다. 그런데 올해 조사에서는 6점 이상을 얻은 연령대가 60세 이상(6.09점)뿐이었다. 지역별·직업별로 구분했을 때 평균 6점 이상 신뢰를 보인 층이 없었다. 조사를 담당한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강원·제주 지역을 제외한 모든 연령·지역·직업 구분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2.24점), 50대(-2.02점), 자영업(-1.93점)에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국회의 신뢰도는 2.97점으로 조사 대상 국가기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그동안 조사에서 입법부는 행정부에 비해 낮은 신뢰도를 보여왔다. 기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은 올해도 여전했다. 주요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더불어민주당(3.77점), 새누리당(3.42점), 국민의당(3.29점), 정의당(2.70점) 순서로 나타났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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