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요격 실험 짜고 친 실험이었다”

성주군의 꺼지지 않는 사드 반대 촛불

사드 유력 후보지, 롯데 골프장 가보니



제임스 시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 청장(해군 중장)이 8월11일 방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총괄하는 장본인이다. 시링 청장은 공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 정보는 한·미 동맹에 한해서만 공유되며 MD와 공유되지 않는다. 범세계적 MD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드 해법 릴레이 인터뷰 세 번째 전문가는 군사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다. 그에게 시링 청장의 기자회견 내용부터 물었다.

 

ⓒ시사IN 신선영 김동엽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해군사관학교(제46기), 국방대학교(석사),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 예비역 해군 중령, 고속정 정장·편대장. 국방부에서 북핵·남북군사회담 담당.

시링 청장이 사드는 한국 방어에만 사용하고 미국 MD와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화성 10호)이나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치자. 동해에 배치된 미·일의 이지스함은 놓쳤다. 다행히 성주 기지에서는 잡았다. 미사일이 지금 괌이나 오키나와 또는 요코스카 기지로 날아가는 중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성주 기지를 운용하는 미군들이 관련 정보를 주일 미군에 통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곧 MD다.

성주의 사드 기지가 미·일의 이지스함이나 일본 아오모리와 교토의 X밴드 레이더 기지보다 먼저 포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지스함하고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늦는다고 본다. 성주 기지의 해발고도를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5° 위쪽으로 보게 되어 있다.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후 수십㎞ 이상 뜨고 난 뒤에야 잡을 수 있다. 이지스함은 바다에 있기 때문에 거리 차이가 없다면 먼저 잡을 수 있다. 과거 북한의 광명성 발사 때도 이지스함이 육상 레이더 기지보다 빨리 포착했다. 탐지 수단을 여러 개 설치해서 잡지 못할 가능성을 줄일 뿐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미군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에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시링 청장이 밝혔다.

태평양사령부나 미국 본토 전략사령부의 C2BMC와 직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신 미국 제7공군에 의해 오산을 거쳐 태평양사령부로 연결될 것이다. 표현만 바꿨을 뿐이다.

시링 청장은 사드 미사일이 13차례 실험해서 13번 다 맞혔다고 했다. 요격 성공률이 100%라고 밝혔는데?

시링 청장이 기자회견 때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험했는지 원자료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밀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냥 믿으라는 얘긴데 말이 안 된다.

13차례 실험이 어떻게 이뤄진 건가?

사드는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어 비행시험으로 요격능력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 미사일방어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3차례 실험을 했다. 초기에는 요격 시도 자체가 없었거나, 가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도상 시험만 했다. 2006년 7월12일 처음으로 실제 요격에 성공했다고 하고, 2007년에는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해 마치 스커드 유형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문제가 있다.

왜 그런가?

미사일은 탄두와 추진체로 이뤄진다. 당연히 타격을 입히는 것은 탄두이기 때문에 분리된 탄두를 맞혀야지 추진체가 붙어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성공했다는 전반부 네 번은 모두 추진체를 맞혔을 가능성이 높다. 요격 미사일의 적외선 센서가 불꽃을 좋아한다. 상대방 미사일에 접근했을 때 탄두를 ‘hit-to-kill’, 즉 맞혀서 폭파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불꽃을 뿜어내는 추진체를 맞혀버린 것이다. 그 뒤 탄두를 목표로 하는 실험이 2008년 6월부터 시작됐으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인가?

지상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C17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록히드마틴 사가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항공기의 뒤꽁무니로 캡슐이 투하되면 낙하산이 펴지고 일정 고도에서 캡슐이 열리면서 타깃 미사일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이 타깃 미사일의 좌표점 등 정보가 동영상에 떠 있다. 미사일이 날아가는 시점부터 레이더를 켜서 추적한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추적해서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가 쏴서 맞힌 것이다. 짜고 친 실험이다. 중요한 것은 사드 시스템 전체의 요격률이지 사드 미사일의 요격률이 아니다. 타깃 미사일이 지상에서 발사되면 레이더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요격 미사일에 요격 관련 정보를 주면 이를 토대로 날아가서 맞히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 앞부분을 생략하고 환경을 고정시킨 채 요격 미사일의 요격률만 따지는 게 무슨 의미인가. 가장 최근 실험인 2015년 11월1일에도 그런 수준이었다.

ⓒ연합뉴스 8월11일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제임스 시링 청장이 사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간에 요격 실험이 취소된 경우도 있던데 요격 성공률과는 무관한가?

자료상으로 4차례가 취소되었다. 이건 공지했다가 취소한 경우이고 공지도 안 한 채 취소한 경우는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취소 이유도 불분명하다. 요격 성공률 100%라는 것은 이런 경우를 다 제외하고 날아가서 맞힌 경우만 포함시킨 것이다. 날씨 좋을 때 골라서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괌의 사드 포대는 성능 검증도 안 된 채 실전 배치된 건가?

그렇다. 괌의 사드 포대는 사정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인데, 그동안 주로 1000~2000㎞급 미사일만 대상으로 실험했지 3000㎞ 이상은 아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1000~3000㎞급은 2012년 상반기에 시험 발사가 예정되었다가 취소되었고, 10월에 재개됐는데 항공기에서 떨어뜨려 실험한 것에 불과하다. 3000㎞ 이상은 2015년에 한다고 했다가 자신이 없어서 2017년으로 미뤄둔 상태다.

사드 요격 미사일의 문제점은 결국 미국 MD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총알을 총알로 막는다는 게 MD의 발상인데,  전시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핵·미사일 수량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약세인 중국 처지에서는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

사드 요격 미사일은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고, 결국 MD에서 의미 있는 것은 레이더 아닌가?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드에서 사용하는 X밴드 레이더는 록히드마틴이 아니라 레이시온 사가 만든 별도 시스템이다. 미국 예산 항목에도 사드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독립돼 있다.

X밴드 레이더는 전체 MD 체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MD는 결국 남의 국가를 촘촘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는 이 MD에서도 최전선의 실핏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실제로 한국에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고 싶은데 명분이 없어 북한 미사일을 사드로 막아주겠다고 포장했다는 것인가?

맞다. 그것이 핵심이다.

사드 미사일로 북한 미사일은 어느 정도나 요격 가능한가?

사드의 요격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요격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요격고도가 40~150㎞ 사이여야 하고, 요격 미사일 사정거리가 200㎞다. 그런데 40㎞ 이상의 고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100~150㎞ 정도라고 봐야 한다. 우선 수도권은 사드로 요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중부권의 경우도 40㎞ 이상 요격고도를 적용하면 사정거리 밖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초기부터 남부권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남부권의 경우 사드의 요격 범위를 만족시키는 북한 미사일로 스커드C가 있다. 스커드C 미사일이 왜관·부산·포항·김해공항 등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이걸 막을 수 있는가가 문제인데, 나는 사드로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된 바가 일단 없고, 북한이 얼마든지 회피기동을 할 수 있다.

회피기동이 뭔가?

7월19일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했는데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 150㎞를 훌쩍 넘어 부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것보다 더 겁나는 게 미사일을 낮게 발사하는 저각 발사다. 노동 미사일을 사드의 최저 요격고도인 40㎞ 이하 높이로 날아가다 떨어지도록 쏠 수 있다. 기만체 운용 등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이게 바로 회피기동이다.

그렇다면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서두른 것은 6월22일 북한이 무수단을 성공시켜 괌이 위태로워졌기 때문 아닌가?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성주의 사드는 MD가 되고 만다. 시링 청장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미국 스스로 자충수에 빠진 셈이다. 스텝이 완전 꼬여버렸다.

결국 시링 청장의 얘기는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이번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과정을 보면 미국 내에서도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친 것 같지 않다. 소수에 의해 폐쇄적으로 이뤄진 것 같고 우리 쪽과 이해관계가 일치한 점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의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 국내외의 반발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다. 효순이·미선이 사건처럼 반미 감정으로 번지거나, 내년 대선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국방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게 되자 미국의 책임 있는 사람이 와서 설명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록히드 마틴 유튜브 갈무리 록히드마틴 사가 유튜브에 공개한 사드 실험 장면. 이 동영상에서도 허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번에 괌 기지로 한국 기자들을 데려간 것도 전례 없는 일인데.

괌도 그렇고 이번에도 한국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 스스로 볼 때도 이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도 가서 설명하고 한국 국민한테도 설명하고 그러는 것이다.

미국은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미국 정부 차원의 의지, 그리고 또 하나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다.

사드는 현재 미국 내에서 어떤 상태인가? 괌에 1개 포대가 배치돼 있고 텍사스 기지에 4개 포대가 있다고 하는데?

일부에서 텍사스 기지에 배치돼 있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사드는 미국 본토 방위와 무관하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재연되거나 멕시코나 캐나다가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모를까,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는다면 사정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날아올 텐데, 이는 사드와 무관하다. 우선 미사일의 속도에서 사드는 마하 8, ICBM의 낙하 속도는 마하 15~25이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가 없다. 맞힌다 해도 탄두를 깨뜨릴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따라서 배치라고 안 하고 훈련 중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적절한 배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하는 게 맞다.

추가 배치 장소를 찾는 중인가?

그렇다. 원래 1992년에 사드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소련이 붕괴한 뒤 러시아의 서진을 막고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 주로 배치하려 했다. 그런데 개발이 늦어지면서 동유럽에 배치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후 적절한 배치 장소를 못 찾았다. 한국 배치를 계기로 일본·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 진출을 시도할 것이다.

내년에 들여오는 것은 텍사스에 있는 4개 중 하나일까, 아니면 2017년까지 생산한다는 2개 중 하나일까?

텍사스에 있는 것을 들여올 가능성이 제일 높다. 이미 훈련까지 시켜놨다고 하니까. 기왕이면 새거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괌에 있는 걸 가져올 수도 있다.

괌은 이미 배치된 것 아닌가?

영구 배치가 아니다. 주민들과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국방 예산 삭감으로 운영비가 떨어지면 이게 올 수도 있다.

괌은 미국령인데, 자기 국민들조차 설득을 못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주민 설득을 위해 환경평가서 같은 것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직 영구 배치가 결정된 게 아니다.

한국의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댈 건가도 논란이 많다.

하드웨어 비용은 미국 정부가 이미 지급한 것 같다. 배치 비용과 운영 비용이 문제인데, 내년도 미국 예산에 반영이 안 되어 있다. 우리는 토지 비용만 낸다는 것이고, 주한 미군 분담금을 증액할 수도 없다. 2018년분까지 액수 합의가 이미 끝난 상태다. 미국이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한 우리 세금에서 나간 주한 미군 분담금을 전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만 얘기하는데 사실 미국의 보복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미국도 중국처럼 사드와 전혀 관련 없는 걸로 보복할 수 있다. 보복이 무서워서 받아들이거나 절충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 미국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드가 바로 우리 지형에서 효용성이 있는 무기체계라는 것을 미국이 입증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녹취 도움·신한슬 기자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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