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삼시세끼, 여기 사람이 산다고?
  • 김지윤·김형락·전광준 <시사IN> 교육생
  • 호수 466
  • 승인 2016.08.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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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는 5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농사일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 비닐하우스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기숙사 비용을 따로 낸다. 비닐하우스 기숙사는 시설이 열악했다.

캄보디아인 빅 라스마이 씨(20)는 지난해 4월10일 한국에 왔다. 농·축산업 노동을 할 수 있는 E9 비자를 받았다. 그녀는 한국에서 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작은 서점을 차리겠다는 꿈을 안고 왔다. 한국에 오기 전 월급 126만1080원을 받기로 했고, 한국에 와서 숙박비 월 15만원과 식비 5만원 등을 내기로 고용주와 계약을 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2박3일간 교육을 받았다. 일터는 충남 논산시 은진면의 한 딸기 농장이었다. 일터에 와보니 일보다 기숙사가 문제였다. 고용주 김 아무개씨가 안내한 기숙사를 보고 라스마이 씨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녀는 창고로 여겼는데, 고용주는 기숙사라고 소개했다. 바로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는 라스마이 씨의 새 일터와 주거 공간이었다. 두 곳은 색깔로 구분했다. 흰 비닐하우스 8동에서 딸기·오이를 기르고 수확했다. 일이 끝나면 일터 바로 옆 검정 차광막이 덮인 비닐하우스로 퇴근했다. 차광막은 햇볕을 가려주기도 했지만, 불법을 가리기 위한 차단막이기도 했다. 비닐하우스 내 주거는 건축법과 농지법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관련 행정 부서가 ‘걸면 걸린다’. 문제는 이런 곳이 너무 많아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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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검은 비닐하우스 안을 들어가 보니, 샌드위치 패널로 칸막이를 한 기숙사가 만들어져 있었다. 화장실, 주방, 사장 방, 직원 방으로 이뤄졌다(오른쪽 그림 참조). ‘사장님’ 방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놓여 있었다. 애초에 직원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나중에 냉장고·휴대용 가스레인지·선풍기가 놓였다. 라스마이 씨는 “우리가 돈을 모아 사장에게 건네 사장이 사다줬다”라고 말했고, 고용주 김 아무개씨는 “내가 사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스마이 씨는 이곳에서 같은 캄보디아 출신 히타윈 씨(21)와 함께 방을 썼다.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방문이 출입구이자 유일한 통풍구인 셈이었다. 그렇다고 늘 방문을 열어둘 수도 없었다.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 묵혀둔 거름 냄새가 방 안으로 들어와서다.</p>

<p>월 15만원씩 기숙사 비용을 냈지만 비닐하우스 안 시설 이용은 고용주의 허락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고용주 처지에서는 비닐하우스 자체가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었다. 라스마이 씨나 히타윈 씨가 낮에 작물을 망가뜨리는 실수를 한 날이면 고용주 김씨는 와이파이(무선 랜)를 끊어버렸다. 공짜로 이용하는 와이파이도 아니었다. 한 달에 1만원씩 사용료를 냈지만 고용주 김씨는 그런 식으로 제재했다. 와이파이가 끊기면 고향의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캄보디아 동영상을 볼 수도 없었다. 초과근로 수당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숙소로 들어와 가전제품의 전기 코드를 뽑았다. 그런 날은 밥을 지어먹지 못하고 굶어야 했다. 화장실은 항상 잠겨 있었다. 가끔 고용주 김씨가 문을 열어줄 때만 그나마도 화장실에서 소변만 볼 수 있었다. 수세식 변기가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되었지만, 고용주 김씨가 형식적으로 가져다놓은 시설일 뿐이었다. 하수도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서 대변을 내려보낼 수 없었다. 소변만 가능했다. 비닐하우스 주거시설은 불법이라 개별 하수도를 설치하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비닐하우스 뒤편에 푸세식 간이화장실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비닐하우스 밖에 땅을 파고 ‘큰일’을 봤다. 눈을 피해 용변을 봐야 했고 여성으로서 수치심이 들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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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
	</t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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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비닐하우스 밖에 땅을 파고 용변을 봐야 했다”</strong></p>

<p>까만 비닐하우스 입구 쪽 수돗가만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라스마이 씨는 고용주 김씨와 ‘목욕탕을 이틀에 한 번씩’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목욕물 데우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틀에 한 번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주 김씨는 매일 샤워를 하려면 매달 3만5000원을 추가로 내라고 했다. 고용주 김씨와 라스마이 씨 등이 합의한 ‘목욕탕’은 실제로 목욕탕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을 뜻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물을 데웠다. 사방이 훤히 보이는 수돗가에서 옷을 입은 채 씻거나 모두가 잠든 밤에 씻었다. 생리 기간이면 불편은 더했다. 라스마이 씨는 “비닐하우스에서 눈을 떴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라고 말했다.</p>

<p>비닐하우스에서 지내는 이주노동자는 라스마이 씨만이 아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는 시설채소 단지가 넓게 조성돼 있다. 주로 상추·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이곳 역시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곳은 비닐하우스 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불법 가건물이다. 비닐하우스 곳곳을 취재진이 직접 확인했다. 내부 자재로 쓰인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한데, 이곳저곳에서 취사용 가스통이 눈에 띄었다. 이런 비닐하우스 기숙사에 사는 이주노동자만 백사면 내에 500~ 600명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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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고용주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아파트, 단독주택, 임시 주거시설 등 기숙사 시설 유형을 선택해 고용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고용센터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고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으로 경기도 내 사업장 총 2612곳에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7615명이 일하고 있다. 그중 5분의 1인 1500여 명이 이천에서 일한다. 이천고용센터 외국인력팀 담당자는 “임시 주거시설에 표시해오는 고용주가 거의 95%다. 나머지 5%는 사정이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하는, 축산업 고용주들이 제공한 단독주택이다”라고 말했다.</p>

<p>2012년까지만 해도 이천시 백사면 농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기숙사를 제공하며 돈을 따로 받지 않았다. 2013년 연합회 차원에서 기숙사비를 받자는 논의가 있었다. 당시 연합회는 20만~25만원 선에서 기숙사비를 정하자고 합의했다. 이천시 백사면 농민들의 모임인 백사시설채소연합회의 박훈일씨(가명)는 “전기세, 쌀값, 화장실 값 등을 계산해서 정했다”라고 말했다. 연합회 합의는 그 자체로 강제력을 발휘했다. 어떤 고용주가 기숙사비를 받지 않으려 해도 기숙사비를 받는 다른 고용주의 눈총을 피하기 힘들었다. 기숙사비를 받는 고용주의 경우, ‘저기는 (기숙사비를) 안 내는데 왜 우리는 내야 하느냐’는 이주노동자의 반발을 사기 때문이다.</p><!--PA-2-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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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숙사비 받아서 수익 보전</strong></p>

<p>고용주인 농민들은 기숙사비를 받는 명분으로 ‘실비 보전’을 내세웠다. 쌀값·전기세·기름값 등 기숙사 운영에 비용이 드니,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실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인건비 보전이었다. 박훈일씨도 “농산물 값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그걸 기숙사비로 보전하려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건비 보전이 목적이다 보니 기숙사비가 실비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기숙사비는 고용주들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비닐하우스 80개 동에서 상추 등을 재배하는 이희재씨(가명)가 고용한 이주노동자는 14명이다. 한 달 기숙사비는 1인당 35만원. 1년에 기숙사비로 받는 돈만 총 5880만원이다. 이희재씨는 “1년 순이익은 잘 벌 땐 3억원, 못 벌 땐 1억원이다. 기숙사비를 받지 않으면 3억원 기준으로 순이익의 20%가, 1억원 기준으로는 50%가 깎이는 셈이다”라고 말했다.</p>

<p>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농·축산업 전용 표준근로계약서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숙식을 제공하는 임시 주거시설이면 월정액 임금의 13% 이하만 기숙사비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는 강제력이 없다. 이천고용센터 외국인력팀 담당자는 자체적으로 기숙사비 30만원을 일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고용주가 들고 온 표준근로계약서에 기숙사비가 30만원 넘게 책정돼 있으면 고용계약 체결이나 연장을 허가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천고용센터 담당자는 “가이드라인대로 엄격하게 유도하면 농장 고용주 반발이 심하다. 강제성이 없으니까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천시 내 500~ 600개 사업장을 관리하는 이천고용센터 담당 인력은 주무관 한 명뿐이다. 이 담당자가 여주시에 있는 400여 개 사업장까지 관할한다. 여주시는 고용센터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담당자 한 명이 맡아야 할 사업장만 1000여 곳이다. 농장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출장 나가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1년에 두 번씩, 한 번에 농장 40~50곳씩을 점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전 예방보다는 문제가 터지면 해결하는 ‘사후처방’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현장 실사를 제대로 못하니, 담당자가 할 수 있는 건 고용주들에게 “웬만하면 (기숙사에)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안내하는 것”뿐이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싶다는 농장주들의 팩스만 하루에 50~60건이 들어온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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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불법 주거시설의 1차 책임 부처인 이천시 백사면사무소 관계자도 “고용주들이 비닐하우스 기숙사를 짓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라고 해명했다. 고용주들이 농지 용도로 허가를 받은 후 비닐하우스 기숙사를 짓는 경우도 있다. 백사면사무소 담당자는 “법대로 다 지키면 망한다”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이나 건축법 관련 조항을 세세히 적용하면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농장주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행정 조직이 고용주를 배려해 만들어준 틈새에서 고용주는 불법 건축물을 지어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비를 받고 있었다.</p>

<p>지난 5월7일 라스마이 씨와 히타윈 씨는 비닐하우스를 뛰쳐나왔다. 발단은 임금 체불이었지만, 비닐하우스라는 열악한 주거시설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4월부터 임금 체불이 계속되면서 고용주와 갈등이 불거졌다. 3월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이 4월 월급에 반영되지 않자, 라스마이 씨는 “사장님, 야근 돈 없어요?”라고 항의했다. 고용주 김씨는 “한국 사람들도 일하니깐 니들이 더 일해야 한다”라고만 답했다. 5월에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퇴근) 시간 지났어요. 야근 돈 없어요 사장님, 야근”이라고 항의하자, “이것들이 아주 싸가지가 없네, 나를 엿 먹이겠다… 나가! 방에서 나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장 갈 곳이 없는 두 사람에게 주거 공간은 고용주 김씨가 이들을 다루는 데 ‘좋은 무기’였다. 며칠간 승강이한 끝에, 결국 두 사람은 이런 곳에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p>

<p>비닐하우스를 나간 지 사흘째 되던 날, 이들은 이주민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았다.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아 고용주 김씨의 행태를 고발하는 진정서를 노동부 대전지청과 노동부 대전고용센터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각각 고용주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총 278만원가량이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두 사람이 중세 시대 솔거노비(가내노동을 하던 노비)도 아닌데 임금 일부를 무단으로 약취하고 숙소에서 쫓아내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p>

<p>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6월9일 라스마이 씨가 제기한 진정 사건의 결과를 통보했다. 조사 결과, 고용주 김씨의 금품 체불 등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3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으로 송치됐다. 히타윈 씨는 새 일자리를 찾았고, 8월1일부터 청주의 딸기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라스마이 씨는 현재 지구인의 정류장 쉼터에 머물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p><!--sisain_content_728x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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