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정치인의 약초학교 ‘이모작’
  • 정희상 기자
  • 호수 462
  • 승인 2016.07.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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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원웅씨(63)는 요즘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자락에서 심마니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이곳에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를 세우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 주로 민족문제와 남북 평화·화해 활동을 벌인 그가 다소 이색적인 진로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젊을 때부터 적성검사에서 정치 다음으로 생물 분야가 적합하다고 나왔다. 현대병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연치유에 대한 관심에 주목해 약초학교를 열었다.”

그는 이곳에서 한의학 교수, 농업진흥청이 추천한 식물 분류 및 재배 전문가, 설악산 주변의 심마니 등 전문가 80여 명과 함께 약초를 재배하고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지난 3년 동안 수도권 지자체 20여 곳에서 이론을 배운 이들이, 김 이사장의 약초학교를 찾아 현장체험 실습을 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김원웅 제공</font></div>

“북한 전통약초 연구 자료도 디딤돌로 써”

인제군 내린천 주변에 있는 그의 약초학교 자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사연이 있다. 1997년 3김의 지역주의 정치에 맞서 3당 합당을 비판하며 꼬마민주당으로 남았던 김 이사장과 노 전 대통령, 고 제정구 의원, 원혜영 의원, 이철·박석무 전 의원 등은 당시 ‘하로동선’이라는 식당을 개업해 정치 야인 시절을 견뎠다. 당시 이들은 각각 2000만원씩 출자해 식당을 열었는데 돈이 좀 남자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변에 땅을 구입했다고 한다. 계속 낙선할 경우 각자의 고향 대신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짓자고 한 곳이 약초학교의 뿌리였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에 북한을 방문한 김원웅씨는 “평양에서 머물며 시내 서점에 들렀는데 <조선의 식물도감>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 두 권을 구입해왔다. 이후 국내 한의학 자료와 북한의 전통약초 연구 자료들을 수집해 약초학교 개설에 디딤돌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약초학교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지만, 의원 시절 관심을 두었던 민족문제나 남북 평화·화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과 김구, 안중근, 여운형, 윤봉길 의사 등을 기념하는 20여 개 단체가 모인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설악산 자락에 묻혀 살지만, 사드 배치 뉴스 등을 접할 땐 의원 시절로 돌아간 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 외교가 갈 길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본업이 허준 약초학교 이사장. 김 이사장은 산작약, 깽깽이풀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자생식물을 배양해서 복원시키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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