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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성주의 미래, 일본의 ‘사드 마을’을 가다

“새로운 기지란 적에겐 ‘타깃’이다”

[성주 르포] “사드 성주 배치 반대” 외친 사회자가 욕 먹은 까닭

 

사무실 천장에 직접 만든 오스프리 비행기 모형이 달려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추락 사고가 많아 반대 운동이 강하게 전개되는 기종이다. 사민당 소속으로 일곱 번째 임기를 맞고 있는 가네코 도키오 도쿄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의원(66)은 주일 미군기지 감시로 잘 알려진 의원이다.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을 사드 배치 장소로 발표한 7월13일 사가미하라 시에 있는 사무실에서 가네코 의원을 만났다.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나?
일본에서는 미군기지가 있는 시청마다 기지대책과가 있다. 우리 시에 어떤 기지가 있고 그게 무슨 기능을 하는지, 어떤 피해가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다. 그 내용은 인터넷에 공개된다. 주민의 피해 신고나 민원도 시청에서 받는다. 그냥 서비스가 아니라 시청의 기지대책과에서 일로 담당하는 것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시 대부분은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사가미하라 시에서는 어떤 피해가 있나?
인근 아쓰기 기지에서 항공모함에 탑재된 군용기가 훈련을 하는데, 이때 나는 소음 피해가 굉장히 심하다. 이 문제로 1960년대부터 소송단을 꾸렸고, 현재 4차 소송에 이르렀다.

ⓒ시사IN 이명익가네코 도키오 사가미하라 시의원은 주일 미군기지를 감시하고 인근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돕는다.

재판 진행 상황은?
재작년에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사실이며, 이것은 위법적인 소음이므로 1인당 한 달에 최소 4000엔씩 손해배상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항소했고, 작년 7월30일 도쿄 고등재판소에서도 우리 주장을 받아들였다. 과거까지 소급해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을 뿐 아니라, 아마 일본에서도 처음일 수 있는데, 올해 12월31일까지 소음이 계속될 테니 그 예상되는 소음에 대해서까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현재 최고재판소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한국 성주에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주민들을 대신해서 반대 운동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소음·전자파 피해 기록계 같은 걸 만들어서 측정하고 기록하는 식이다. 주민이 측정하기에는 돈도 들고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다. 이런 걸 지자체가 해야 한다.

아직 배치가 되지 않은 지금 성주 주민들에게 유효한 대응책을 조언한다면?
이를테면 설치 전 자연 상태에서 전자파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설치된 이후에는 이렇게 수치가 올랐다거나 소음이 50데시벨이었는데 80~90데시벨이 됐다거나. 그렇게 측정 가능한 데이터를 지자체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문제는 지자체가 주민의 편에 서는가, 아니면 정부의 편에 서는가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에 대해 중국·러시아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새로운 기지란, 그 기지가 상정하는 적의 처지에서 보면 타깃이 된다. 결국 유사시에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그 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반대하는 주민 운동을 조직하고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 사드 미사일이나 미군기지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이야기한다. 이런 갈등에서 지자체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지자체는 절대로 정부의 하청기관이 아니다. 정부를 대신해서 주민들을 설득하려 들지 말고 주민들 목소리를 정부나 군대 쪽에 대신 전해서, 그들이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 정부 역시, 미군보다도 더 미군을 생각한다. 주체성이 하나도 없다. 지자체 요구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오키나와의 헤노코에 기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의 안전을 군사력으로 지키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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