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잘 지내나요?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계순 옮김, 이매진 펴냄

가족의 삶은 가족을 벗어났다. 내 가족의 삶은 남에게 맡기고 나는 다른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 워킹맘은 전문가에게 삶과 사랑의 영역을 아웃소싱하고, 가족은 국경과 계급을 넘나드는 돌봄 사슬에 기댄다. 이 책은 전통적인 돌봄 서비스(가사·아이·노인)를 전문화된 맞춤 서비스(러브 코치, 친구 찾기 서비스, 정리 컨설턴트 등)가 대신하고 있는 우리 일상에 대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감정노동〉(2009)과 〈나를 빌려드립니다〉(2013)를 통해 사생활의 시장화를 파헤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과 가족과 사랑에 관해 묻는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족’이라는 용어는 폭넓게 사용된다. 결혼이나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이성애자·게이·레즈비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저자는 상호 헌신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소중하고 강력한 형태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는다. 그리고 이 가족들이 ‘잘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찾는 일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마음산책 펴냄

유명인이나 정치인이 아닌 사람의 부고는 한국 신문에서 인색한 장르 중 하나였다. 〈한국일보〉 선임기자인 저자는 외신 부고 기사들을 찾아 읽으면서 아까운 사람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차별·인권·평등·자유 같은 뻔하지만 몸으로 담아내기는 힘든 가치를 지키며 살아낸 사람들이 저자의 마음을 끌었다. 변방에서라도 누군가 한 사람쯤 이들을 기억해주면 좋지 않을까. 티를 좀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우리랑 동시대를 살아서 든든했고 고마운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가만한 당신’이라는 코너명으로 2014년 12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한 부고 기사 중 서른다섯 편을 추려 동명의 책으로 묶었다.
그가 다룬 이들은 이전까지는 이 땅에서 낯선 이름이었다. 모성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한 바버라 아몬드, 여성 할례 금지 운동에 앞장선 에푸아 도케누, 뉴욕에서 최초의 여성 전용 섹스토이 숍을 연 델 윌리엄스 같은 인물들의 삶은 페미니즘이 걸어온 발자취를 드러낸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해 잡지를 발행한 마이클 존 케네디, 조력 자살 합법화에 여생을 바친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등의 삶은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책의 인세 전액은 서울 해방촌 길고양이를 위해 쓰인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평론가인 이장욱의 네 번째 시집이 나왔다. 저자의 소설 〈기린이 아닌 모든 것〉(2015), 〈천국보다 낯선〉 (2013)과 이번 시집에 수록된 비슷한 또는 동명의 시가 소설과 얼마나 다른지, 또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해보는 것은 시집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벤치워머스 펴냄

고급 만년필이 좋다는 걸 누가 모를까. 다만 저자는 일상에서 매일 맹활약 중인 문구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을 뿐이다. 평소 특별하게 언급되지 않는 ‘그것들’ 말이다. 쓰고, 지우고, 자르고, 붙이고, 엮고, 재고, 정리하는 데 쓰이는 76가지 일상의 문구를 ‘문구 덕후’의 시각으로 소개한다.

 

 


 

걷는 고래
J. G. M. 한스 테비슨 지음, 김미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그런데 어떻게 뭍에서 물로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한 ‘중간 화석’이 없었다. 적어도 1991년까지는. 저자는 그 ‘잃어버린 고리’인 화석을 찾아낸 고생물학자로, 고래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놀라운 진전을 이뤄냈다. 고래 진화 800만 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
김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어차피 우리가 하는 부탁의 8할은 거절받을 운명이다. ‘거절이 당연하고 기본이며 승낙을 받으면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일에 접근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이 책은 거절하지 못하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을 위한 감정 전달법도 담았다.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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