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번호:109110192
이름:이종명(84)
주소: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래는 이번 장마에 피해가 없었는지 확인해볼 작정이었다. 7월 초순 경북 영양에 300mm 넘게 큰비가 쏟아졌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명 독자는 “영양 지역이 워낙 가뭄이 심했기에 이번 장마가 도움이 된 측면도 크다”라며 기자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덤덤한 말투가 인상 깊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세를 여쭤봤다가 깜짝 놀랐다. 1933년생. 독수다 사상 두 번째 고령 독자다(최고령은 지난 연말 이 지면에 소개된 86세 윤용 독자다). 알고 보니 창간 전부터 기자들을 응원했고, 〈시사IN〉 또한 9년째 구독해왔다는 창간 독자다. 가장 좋아하는 기자는 주진우. 이런 기자들이 마음 놓고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에도 〈시사IN〉 구독을 권유하고 다닌단다.

혹시 〈시사IN〉을 보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이종명 독자는 “내용을 대폭 줄이고 일러스트나 사진을 더 과감하게 써달라”는 뜻밖의 주문을 던졌다. 그래야 시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도 뉴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단 현실을 ‘당면한 나의 일’로 느끼게 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는 기사를 더 많이 써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한마디 한마디, 미래를 걱정하는 원로의 마음이 와 닿는다.

평생을 교육에 헌신해온 그가 개인적으로 미래에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언어별 국어사전. 지금껏 외국을 오갈 때마다 모은 사전이 50여 종에 달한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문자가 없는 부족이나 종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는 그는 내년쯤 경북 영양에 이들 사전을 전시할 공간(금호전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