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1일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세월호 인양 뒤 선체 정리 작업 과정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선체 조사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6월23일 해수부는 기자들에게 세월호 인양 후에도 특조위의 선체 조사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인양 후에도 선체 조사 참여 보장’이라는 말만 들으면, 정부가 전향적으로 특조위의 선체 조사에 협조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현실은 다르다. 인양된 세월호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못하고 특조위가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세월호가 언제 인양될지 모른다. 해수부는 선수(뱃머리) 들기 작업이 네 차례 연기된 후인 6월16일 “당초 7월 말 인양을 목표로 한 공정은 8월 이후로 순연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워낙 현장의 기상 등 작업 여건이 좋지 않다. 정부는 8월 내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완수하겠다고 확정해 말하기에는 불가항력적 요소가 많다”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언제 인양될지 모르는데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은 정해져 있다. 해수부는 6월30일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이 종료된다고 주장한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 시행일이 2015년 1월1일이므로, 이로부터 위원회 활동 기간인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조사활동 기간도 종료된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해수부가 인양 후에도 특조위의 선체 조사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건 무슨 말일까.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는 조사활동을 종료한 뒤 3개월 이내에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기간에 위원회 활동 내역을 정리한 백서도 발간·공개해야 한다. 이를 마치고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 뒤 3개월은 사무처가 남은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존속한다. 해수부 주장은 바로 이 종합보고서·백서 작성 및 발간 기간(7월1일~9월30일), 그리고 뒤이은 사무처 존속 사무처리 기간(10월1일~12월31일)에 선체 조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별법에도 나와 있듯 종합보고서와 백서는 조사활동 종료를 전제로 한다. 해수부 설명대로라면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종료하고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작성하는 동안에 선체 조사에도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존속 사무처리 기간은 특조위가 해체된 뒤다. 별정직 공무원과 파견공무원으로 이뤄진 사무처만 남아 있다. 그 사무처가 선체 조사를 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이조차 올해 말까지만 유효하다. 정부는 특조위든 사무처든 인양 시점과 관계없이 연말로 모든 것이 종료된다고 보고 그 이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14년 10월9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님 도와주세요”라고 외쳤지만 박 대통령은 외면했다.

예산 삭감·인력 공백 방치에 ‘강제 종료’까지

정부도 문제를 알고 있다고 인정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저희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여야 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자의적으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는 없다. 법 제정 당시에는 인양이 고려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행법 안에서 최대한 특조위 요구 사항을 수용했다는 뜻이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무리하게 조사활동 종료를 주장하다 보니 정부 스스로 스텝이 꼬였다”라고 꼬집었다.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에 대한 정부 해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별법 제7조는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 시작점을 ‘그 구성을 마친 날’로 규정하는데, 특조위원들은 2015년 3월5일 임명장을 받았다. 특조위가 사무처를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한 것은 7월27일, 국무회의가 특조위 예산을 배정한 것은 8월4일이다. 특조위는 조사활동의 최소 인적·물적 기반이 구비된 2015년 8월4일 특조위 조사활동이 시작됐으므로 종료일은 2017년 2월3일이라고 주장한다(아래 표 참조).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9명은 사무처를 포함한 조직 구성을 마치고 예산을 배정받은 날부터 위원회 활동 기간이 시작된 것으로 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활동 기간 내에 정밀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활동 기간을 정밀조사 시작일로부터 1년까지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6월30일 이후 별정직 공무원과 파견공무원 인원을 현원의 약 80%인 72명만 남기겠다고 특조위에 통보했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지난해 1월16일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한 이후 정부의 기조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번 강제 종료 시도는 조사활동 방해의 백미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은 현재까지 30%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핵심 자리인 진상규명국장은 지난해 11월 선발과 검증을 거쳤지만 대통령 임명 결재가 나지 않아 지금도 공석이다. 정부는 시행령으로 특조위 독립성을 퇴색시켰을 뿐 아니라 예산을 깎고 인력 공백을 방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던 황전원 전 특조위원(새누리당 추천)을 5월25일 특조위 신임 사무처장(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해수부 시행령에 대한 대통령 답변을 요구하며 광화문 농성에 나서기도 했던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6월22일 기자들에게 “위원회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인식이 있지 않았다면 정부가 이럴 수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7월 이후에도 조사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