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정당에게 돈 문제는 입길에 오르기 쉬운 주제다. 당을 창당하고 사람을 모으는 과정은 창업과 비견된다. 당 안팎에서 자금 문제로 갈등이 생기기 쉽다. 자금이 모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행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창당 초기 자발적인 성금만으로 전국 정당의 틀을 잡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은 신생 정당의 ‘정치자금 잔혹사’를 떠올리게 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19대와 18대 국회에서도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가 세 차례나 있었다.

 

ⓒ사진공동취재단지난 1월11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하고 있던 이석기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이 추가 선고되었다. 그가 과거 운영하던 정치 컨설팅 회사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되었다.

지난 1월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이던 이석기 전 의원(옛 통합진보당)에게 징역 1년을 추가 선고했다. 혐의는 사기 및 횡령(10개월),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2개월)이었다. 이 전 의원은 19대 총선 당선 전까지 ‘CNP전략그룹(CNP, 옛 CN커뮤니케이션즈)’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재·보궐 선거 등에서 일부 후보의 홍보 대행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실제 소요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전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CNP가 받은 국고 보전비용 중 6800만원에 대해 사기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이 전 의원이 CNP의 법인 자금 일부를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판결을 내렸다.

CNP는 19대 총선 이전에도 당내에서 부당거래 의혹을 받았다.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과 관련한 선거 컨설팅, 광고홍보 업무를 독점해왔다는 의혹이다. 국고보조금으로 보전받은 선거 홍보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과 유사점을 보인다. 다만 CNP의 경우 홍보 업무 전반을 직접 계약한 뒤 비용을 과다 청구해 정치인 개인이 돈을 횡령한 사건이다. 6월17일 현재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이 ‘비컴’과 ‘세미콜론’으로부터 일종의 ‘하청’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즉, 정당한 업무의 대가를 받았고, 이 돈이 특정 정치인이나 국민의당 내부에 흘러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해명과 달리 리베이트 자금이 국민의당이나 김 의원에게 들어갔다면, 이석기 전 의원과 같은 혐의를 받게 된다.

ⓒ시사IN 포토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선거법·정치자금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의원직도 잃었다.

18대 국회에서는 대선 후보 출신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당의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문 대표는 2009년 10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가 대법원에서 인정되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선고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이 사건 역시 신생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서 비롯되었다. 2008년 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은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이한정 전 의원을 공천했다. 이 과정에서 창조한국당은 이 전 의원에게 6억원의 저리(연리 1%, 만기 1년) 당채를 발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중금리보다 싼 채권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하면서 당이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혐의였다. 당시 문국현 대표나 창조한국당은 “법적 자문을 받아 1% 당채를 발행했는데, 이것을 불법이라 하고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반발했다. 문 대표는 대법원 선고 때까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창조한국당의 돈 문제는 비단 이 사건만이 아니었다. 비례 1번 후보였던 이용경 전 의원도 창당 이후 특별당비 1억1000만원을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의원의 특별당비는 공천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생·소수 정당이 정치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모습을 드러낸 사례로 꼽혔다. 결국 ‘돈 문제’ 후폭풍에 시달린 창조한국당은 19대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당 득표율도 0.43%에 머물며 당시 정당법에 의해 자동으로 해산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직후 당 안팎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양정례 전 의원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3%를 기록한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의 비례 1번 후보이자, 당시 만 30세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자였다. 그러나 양 전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을 조건으로 당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에게 특별당비 15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었다. 양 전 의원은 2009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비례 1~3번 당선무효 되었던 ‘그때 그 사건’

양정례 전 의원이 연루된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은 18대 국회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정치자금 범죄였다. 당시 공천헌금을 받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비례 2번)는 징역 1년6개월을, 양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특별당비를 낸 비례 3번 당선자 김노식 전 의원은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친박연대’는 비례 1~3번이 모두 당선이 무효가 되는 참사를 겪었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시 친박연대 의원 수는 총 5명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친박연대는 2010년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그해 성탄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서청원 의원은 2013년 경기도 화성시갑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복귀했다.

ⓒ연합뉴스‘양정례(오른쪽) 사건’으로 공천헌금을 받은 당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왼쪽·현 새누리당 의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물론 양정례 전 의원과 김수민 의원의 사례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양 전 의원의 경우 돈으로 의원직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김 의원의 공천 과정에서 자금이 오간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다. 물론 김 의원 역시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 자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양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빗대 자주 입길에 오르내린다. 정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불신이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결국 친박연대나 창조한국당처럼 일부 사건은 결국 신생 정당의 소멸로 이어지기도 했고, 일부 사건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기도 하다. 국민의당 역시 실무 단계에서 투명한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내부 관계자가 특수 관계인 업체를 선정했다는 점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안철수 대표가 대선 출마에 나설 때부터 강조해온 ‘새정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미숙한 정당 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점은 두고두고 마이너스다.

국민의당은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어설픈 일 처리가 만들어낸 오해’로 끝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돈 문제에 휩싸였던 역대 정당들은 모두 똑같은 변명을 했다. 이번 국민의당 의혹의 결말 역시 아직 알 수 없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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