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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이란 없다

동성 결혼 반대론자들은 수리할 때가 된 결혼제도의 문제를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성애자 일반의 예상과 달리 동성애자 공동체 안에서도 결혼에 대한 갖가지 이견이 존재한다.

장정일 (소설가) webmaster@sisain.co.kr 2016년 06월 16일 목요일 제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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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민주당(기독당)은 6월11일,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광장 동성애축제 사용허가 취소 가처분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목사이기도 한 기독당 서울시당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를 “음란축제”라고 규정지었다. 한편 5박6일 동안 고국에 들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에 있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대통령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남겼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가장 무능하다는 평가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가 성소수자 운동과 동성 결혼 합법화를 적극 지지했던 점은 높이 사야 한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법 판결을 내리자 그는 “미국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한 연방 대법원의 합헌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또 9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보장 행진에 참여해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인권이 침해될 때, 우리 모두가 작아진다.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 내가 이끌고 있는 유엔은 차별에 맞선 싸움에서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은 2013년 4월, 유네스코가 발간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직접 쓰기도 했다. “저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됩니다. 동성애나 비전형적 성별 정체성을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이며, 청소년이나 교육과 관련된 경우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제20대 국회위원을 뽑는 4·13 총선 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용인시 죽현마을 중앙공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 지원 유세에서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동성애 차별을 반대했던 해당 지역구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무성 대표의 저격을 받고, 황급히 “성경에서 금지한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하는 것을 저도 반대한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성소수자에 대해 이처럼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사람(반기문·김무성)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네덜란드(2001년)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21개국이다. 이 가운데서 많은 나라가 서유럽과 북유럽에 모여 있고, 미국은 유럽에서도 매우 보수적이라는 스페인(2005년)보다도 한참 늦게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반대해온 대표적인 세력은 보수주의 기독교 단체다. 이들은 동성 결혼이 신성한 결혼제도를 오염시킴으로써 이성애자들의 결혼율을 떨어트리고, 그 결과 혼외 출산이 는다고 주장한다. 이때 자주 들이미는 통계가 미국보다 앞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유럽의 결혼율과 혼외 출산율이다.

동성 결혼 반대론자들이 악용하는 통계들

리 배지트의 <동성 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민음사, 2016)는 유럽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가 시작된 2000년대 전후부터 결혼율은 떨어지고 혼외 출산율은 높아졌다는 동성 결혼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가볍게 물리친다. 유럽에서의 결혼율 저하와 혼외 출산율 상승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진 추세로, 이성애자가 결혼보다 동거를 택하거나 신생아의 절반 정도가 비혼모에게서 태어나는 것은 동성 결혼 합법화와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통계의 마술을 악용한 반대론자

   
 

들의 논리대로라면, 유럽에서의 결혼율 저하와 혼외 출산율 상승은 1988년에 시행된 대한민국의 해외여행 자율화가 원인인지도 모른다. 유럽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이 매년 늘어나면서 유럽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대륙이 되었다. 수세에 몰린 반대론자들은 동성 결혼 합법화가 두 가지 문제를 ‘더욱 훼손하고 확대’했다는 교묘한 주장을 펼치지만, 두 문제가 급격하게 가시화된 시점 역시 1970년대이며, 2000년대부터는 오히려 둔화되었다고 한다. 반대자들은 수리할 때가 된 결혼제도의 문제를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성애자 일반의 예상과 달리 동성애자 공동체 안에는 결혼 합법화를 극구 반대하는 운동가부터 합법화에 시큰둥한 구성원까지 실로 갖가지 이견이 상존한다. 이들은 남편과 아내로 역할이 구분된 가부장적인 결혼제도에 동화됨으로써 동성애자 정체성과 동성애 문화가 붕괴될 것을 염려한다. 또 동성 결혼이 합법화됨으로써 결혼을 한 ‘좋은’ 동성애자와 대비되는 ‘나쁜’ 동성애자에게 찍히게 될 이중의 낙인도 우려한다.

매사추세츠 대학 경제학과 교수이면서 그 자신이 레즈비언으로 동성 결혼을 한 지은이는 동성애자 가운데서 동성 결혼을 긍정하는 편에 속한다. 결혼으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법적 혜택이 동성애자에게도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은이는, 이성애자가 간직한 결혼의 이상과 동성애자가 꿈꾸는 결혼의 이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결혼’이 있을 뿐 ‘동성 결혼’이란 없다.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했던 차별금지법(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 차별 금지)은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반발과 방해로 입법이 무산됐다. 이들이 곧잘 근거로 드는 성경 구절은 “너희들은 절대로 동성애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레위기 18장 22절이다. 성경이 문자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기독교인은 저 구절을 따라야 하며, 이보다 몇 쪽 앞에 나오는 또 다른 명령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굽은 갈라졌으나 새김질하지 못하는 돼지는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런 짐승들은 다 부정하므로 먹지도 말고 그 사체를 만지지도 말라(11장 7~8절).” “물속에 사는 고기 중에서 (중략)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11장 9~10절).” 수십 년간 함께 살았던 배우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집의 명의가 전혀 연락도 없던 사망자의 원가족에게 강탈당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가 아니다. 일본(2015년)과 타이완(2013년)에서는 동성애자에게 결혼에 상당하는 관계를 인정해주는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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