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백만원짜리 코딩(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교육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알파고 충격파 이후 서울 강남 학부모 사이에서 고액의 코딩 사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고액 과외라는 점만 빼면, 소프트웨어 교육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중등 기본 교과과정에 넣기로 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2014년부터 코딩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고 뒤를 이어 핀란드·에스토니아·프랑스·미국 등이 코딩 교육을 교과과정에 도입했다.

그런데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과연 학교에서 배운 코딩 기술이 유용할까?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미 프로그램 짜는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짠다는 의미는 어떤 과업을 분석한 후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그것을 논리적으로 처리하는 순서를 정의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논리적으로 처리하는 일에서는 이미 기계가 평균적인 인간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AP Photo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뉴아크 지역 중학생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 행사를 갖고 한 학생으로부터 컴퓨터 코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복잡한 과정을 프로그램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공지능이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실리콘밸리에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정말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코딩 기계를 개발할 것이고, 어느 순간 그 생산성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수백만원 사교육비를 들여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친다고 해도, 그 기술은 사회에 나왔을 때 기계와 경쟁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의미 없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알파고 이후 교육과정 전체를 다시 살펴보자

물론 어떤 작업을 정의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냐를 연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분석된 결과를 소프트웨어로 구현(코딩)하는 것은 상당 부분 기계의 몫이 될 것이다. 현실화하기까지 그 시간이 5년 남았는지 10년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파고는 그 시간이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최신 지식으로 분류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조차 이러하다면 과연 다른 교육과정들은 어떻게 될까? 교육과정에서 일방성이나 잘못된 방법론을 논외로 한다면, 사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큰 틀에서 사회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과연 앞으로도 그러할까? 혹시 우리는 전자계산기가 보편화한 시대에 아이들에게 ‘먹고살려면 주산을 배우라’고 가르치고 있는 꼴은 아닐까?

알파고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과정 전체를 다시 살펴봐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국·영·수’ 과목 중 특히 문법과 계산 능력 위주의 교육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언어 영역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아닌 문법은 사람보다 기계가 훨씬 더 정확하다. 외국어 영역에서 기계번역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순이 비슷한 알파벳 문자권의 번역, 예컨대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수준급에 이르렀다. 어순이 다른 영어-한국어 번역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으로 무장한 자동번역기는 언젠가 언어 장벽을 넘어설 것이다. 계산 영역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수치 계산과 같은 논리적인 작업에서 인간은 기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금과 같은 교육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사회에 나와서 써먹을 수 없는 지식을 배우는 데 학생 시절 대부분을 투자하는 꼴이다.

현재와 같은 기술 발전 속도라면 10년 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훨씬 근본적인 지점부터 다시 진단해야 한다. 사회와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명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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